붕괴된 건물 앞에서 숨진 딸의 손을 잡고 슬픔에 잠겨 앉아있는 아버지의 사진 한 장이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덮친 강진이 빚어낸 대재앙의 상징처럼 떠올랐지만 한편에선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기적적으로 구조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BBC·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진앙지 인근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촬영된 사진에서 밝은 오렌지색 재킷을 입고 있는 아버지는 메수트 핸서, 숨진 딸은 이르마클레일라 핸서(15)로 알려졌다.
행복했던 시절 부녀의 사진이 게재됐던 아버지의 페이스북 계정에선 현재 사진이 사라진 상태이다.
두 차례 강진이 강타한 이후 이날 아침에도 규모 5.8 여진이 발생했으나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에 대한 필사적인 구조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구조의 ‘골든 타임’이 흘러가는 가운데 겨울폭풍과 혹한의 날씨가 계속돼 구조작업을 지연시키고 있다.
6일 사망자를 최대 2만 명까지 예측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두 차례 강진의 여파로 14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300만 명가량이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는 지진 발생 이틀 만에 8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폐허로 변한 건물더미에서 어린이들이 구조되는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구조작업에 실낱같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6일 시리아에 인접한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붕괴된 아파트 잔해에 깔려 있던 7살 소녀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쳐 구조한 소녀의 첫마디는 “우리 엄마 어딨어요?”였다.
시리아 북서부의 지진 피해 지역에선 무너진 빌딩 밑을 파내려간 주민들이 출산을 하다가 사망한 산모와 아직 탯줄로 연결된 신생아를 구출했다고 현지 의사와 가족들이 7일 AP기자에게 말했다.
Great takbeers and joy after removing an entire family from under the rubble that remained besieged for 40 hours in northern Syria🙏#Syria #Turkey #earthquake #earthquakes #earthquakeinturkey pic.twitter.com/9uFjg7VE9K
— saraqr (@saraqr_61) February 7, 2023
터키 국경의 작은 시리아 마을 진데리스에서 6일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아기의 가족 가운데 살아난 사람은 이 아기가 유일하다고 친척인 라마단 슬레이만은 말했다.
진데리스의 다른 곳에서도 어린 여자 아기가 자기 집이 무너진 곳의 폐허 속에서 산 채로 구조되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벽돌과 잔해 밖으로 한 손만 내밀고 있던 아기가 잔해를 치우자 흙을 뒤집어 쓴 얼굴을 드러내며 흐느껴 울며 기침을 했다. 구조대원들은 나머지 잔해를 치우고 아기를 구조했다.
절망 속에서도 극적인 생환 소식은 이어졌다.
이날 시리아 북서부에선 지진의 폐허 속에서 출산을 하다 사망한 산모와 여전히 탯줄로 연결돼있던 신생아가 구출됐다.
붕괴된 건물 밑에서 10시간 만에 이 여아를 구출한 주민들은 아기가 산모와 탯줄로 연결된 채 힘차게 울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기의 가족 중 생존자는 이 아기가 유일하다.
아기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구조 당시 아기의 체온은 35도까지 떨어져 있었고 몸 여러 곳에 멍이 들어있었지만,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현장 구조대가 폐허에서 아직 탯줄이 달린 아기를 꺼내 담요로 감싸는 장면이 공유되기도 했다.
산모 아무 하디야는 출산 중에는 의식이 있었지만 이내 사망했으며, 아기는 구출되기 전 몇 시간을 홀로 견뎌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장소와 시점이 정확히 특정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구조되는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UNICEF) 대변인은 6일 제네바에서 이번 지진으로 어린이 수천 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