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이 섬광 수류탄과 물대포를 사용하는 등 충돌이 폭력적으로 확대 중이라고 1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이날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의 부인인 사라 네타냐후 여사가 찾은 미용실을 포위하면서 양측 간 대치는 더욱 심화했다.
이후 이스라엘 언론은 네타냐후 여사를 구출하기 위해 경찰이 미용실로 출동했다고 보도했다. SNS에는 수백명의 군중이 미용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경찰 수십명이 인근 거리로 진입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경찰은 몇 시간 뒤 네타냐후 여사를 성공적으로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한 영상에는 시민들이 “부끄러운 줄 알라”(shame)고 외치는 가운데 네타냐후 여사가 검은 차량에 탑승해 거리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부인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며 ‘무정부 상태는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을 통해 최근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자국 폭도들과 시위대를 비교하려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Week 8 of anti-Netanyahu.2 protests in Israel pic.twitter.com/9P1UCaFMzK
— Noga Tarnopolsky נגה טרנופולסקי نوغا ترنوبولسكي (@NTarnopolsky) February 25, 2023
AP통신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시위가 최근까지 폭력적이지 않았으나, 며칠 전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경찰의 더 강력한 조치를 언급한 뒤 이날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SNS 영상들을 보면 경찰은 ‘민주주의’와 ‘경찰 국가’를 외치는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섬광 수류탄과 물대포를 사용했다.
시민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경찰과 섬광 수류탄에 귀가 찢긴 남성, 경찰을 향해 돌과 물병을 던지는 시위대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수십명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이날 아침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해 출퇴근 시간대 차량 통행을 1시간 가량 중단시키기도 했다. 시위대는 텔아비브 기차역에도 진입해 열차 출발을 막았다.
AP통신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행진하고, 노동자들은 시위를 위해 회사를 떠나고, 수술복을 입은 의사들은 병원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며 전국에서 수천명이 모여들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은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의회가 표결로 뒤집을 수 있고, 대법관 임명에 의회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안을 발표했다. 대법원을 약화시키고 연립 정부에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는 광범위한 패키지다.
지난달 21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판사 임명권을 갖는 법안을 찬성 64표,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