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한다면 러시아군은 비슷한 파괴수단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집속탄이 영토 탈환을 위한 무기와 탄약으로서 차세대 게임체인저가 되길 희망한다”(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미국이 지원하는 집속탄(cluster bomb·모자포탄)이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러시아는 비슷한 파괴수단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우크라에 집속탄 도착…러시아 “비슷한 파괴수단으로 대응”
집속탄은 수백 개의 작은 폭탄들이 대형 폭탄 안에 들어가 있는 살상 무기다. 상공에서 대형 폭탄이 터지면서 작은 폭탄들을 넓은 지역으로 흩뿌려진다. 자탄(子彈)들이 비처럼 뿌려진다고 해서 강철비(Steel Rain)라고도 불린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집속탄을 사용할 경우 러시아가 이에 맞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집속탄의 대량살상 능력을 의식한 것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의 경고는 러시아도 집속탄을 쓸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벨라루스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쓰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집속탄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How cluster bombs work pic.twitter.com/hz1m5QDMrM
— Russian Market (@runews) July 8, 2023
그는 지난 12일 “러시아도 집속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쟁 초기 이미 러시아군이 집속탄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러시아가 만든 집속탄은 불발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터지지 않은 자폭탄이 지뢰처럼 전쟁이 끝난 뒤에도 터질 수 있어 민간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면서 불발률이 낮은 것을 지원하고, 영토회복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 것도 민간 피해를 의식한 때문이다.
‘악마의 무기’ vs ‘게임체인저’
집속탄은 불특정 다수를 사살할 수 있는 무기이기에 전 세계 123개국이 집속탄금지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CCM)을 맺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을 포함한 몇 개국은 이 협약에 가입해 있지 않다.
일부 인도주의 단체들은 전쟁 직후에도 수년간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집속탄을 공급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일 탄약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집속탄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축구 경기장 면적을 유효하게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접속탄금지협약 가입국가들을 의식한 발언이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기간인 지난 11일 “집속탄이 영토 탈환을 위한 무기와 탄약으로 차세대 게임체인저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도 집속탄이 우크라이나 반격에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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