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2차 개각을 단행했다. 19명의 각료 중 13명을 교체했고, 이 중 첫 입각은 11명이나 된다. 여성 각료도 5명으로 역대 최다가 된다.
주요 각료는 유임시켜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11명을 첫 입각시키고 여성을 적극 기용함으로써 쇄신감을 내세워 정권 부양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입각 적령기 의원을 지칭하는 이른바 ‘대기조’를 9명 기용하는 계파 순번이 뚜렷하다”며 “2024년 가을 총재 선거에서의 재선을 내다보고 거당 체제를 의식했다”고 평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을 유임시켜 정권의 골격은 유지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방출을 소관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마이넘버카드(일본판 주민등록증)를 둘러싼 문제의 총점검을 담당하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유임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국토교통상도 내각에 남게 됐다.
첫 입각은 11명으로 이 중 9명이 ‘대기조’가 차지했다. 대기조는 중의원(하원) 당선 5회 이상, 참의원(상원) 당선 3회 이상으로 각료 경험이 없는 의원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자민당 내에서 70명 정도 있다.
스즈키 준지 총무상과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다케미 게이조 후생노동상은 첫 입각했다.
고이즈미 류지 법무상과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도 내각에 처음 참여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일본 정부의 명칭인 ‘처리수’가 아닌 ‘오염수’로 부른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이 경질성 교체되면서 후임으로 미야시타 이치로 중의원 의원이 임명됐다.
이토 신타로 환경상, 마쓰무라 요시후미 국가공안위원장도 첫 입각이다.
여성 각료는 2명에서 5명으로 크게 늘었다. 외무상에 가미카와 요코 전 법무상이 기용됐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유임됐다. 쓰치야 시나코 부흥상과 가토 아유코 저출산담당상, 지미 하나코 지방창생담당상도 여성으로 처음 입각했다.
이밖에 총무상을 지낸 신토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도 첫 입각은 아니지만 기시다 내각에 새로 참여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는 “19개의 각료직 배분에서도 각 계파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며 “기시다파는 (자민당내)제4파벌로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서는 다른 파벌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아베파와 아소파가 각 4개, 모테기파는 3개, 기시다파와 니카이파는 각각 2개 각료직을 차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인사를 통해 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하는 정지작업을 노렸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기시다 총리를 포함한 새 내각 각료의 평균 연령은 63.5세로, 1차 개각 때의 62.65세보다 약간 많았다. 40대 각료는 가토 아유코 저출산담당상, 지미 하나코 지방창생담당상 등 2명이다. 이번 2차 개각에서는 60대가 9명으로 가장 두텁다. 70대는 쓰치야 시나코 부흥상, 다케미 게이조 후생노동상 등 7명이 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당 임시총무회에서 당 4역이라 불리는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선대위원장 등 새로운 집행부를 지명했다.
당 4역이라 불리는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선대위원장으로는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이 유임됐다. 선거대책위원장은 오부치 유코 조직운동본부장이 기용됐고, 모리야마 히로시 선거대책위원장은 총무회장으로 이동했다.
새 조직운동본부장에는 가네코 야스유키 전 총무상을, 홍보본부장에는 히라이 타쿠야 전 디지털상이 각각 기용됐다. 아소 다로 부총재의 연임과 함께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은 유임됐고 가지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 대행도 연임됐다.
니혼게이자이는 “당내 기반 안정을 위해 제2파와 제3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를 중추에 남겼다”며 “제4파벌인 기시다파를 더한 ‘삼두정치’를 유지”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당 임원 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향후 여성 총리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오부치 유코 의원의 급부상이다.
오부치는 당내 요직인 조직운동본부장에서 당4역인 선대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중의원 당선 8선으로, 모테기파에 소속된 40대 여성 의원이다.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일명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표한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딸로 일본 정계에서 유명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오부치는 모테기파 내에서 장래 총재 후보에 기대하는 소리가 있다”며 “당 4역 중 2개의 자리를 같은 파에 할당한 것은 ‘포스트 기시다’를 엿보는 모테기(간사장)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의미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