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몇 달 동안 순항미사일과 드론 요격 성공률 100%를 자랑한 나샘스(NASAMS; 첨단지대공미사일무기체계)등 대공미사일의 생산 부족이 심각하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동시에 72발까지 발사할 수 있는 나샘스는 미 백악관 대공방어무기로 사용된다. 노르웨이 콘스버그 디펜스 앤드 에어로스페이스가 미 레이시온사와 공동 개발한 이 미사일에 대한 각국의 주문이 쇄도한다. 러시아와 중국 등의 안보 위협을 느끼는 서방국들이 저렴한 가격과 검증된 성능을 갖춘 이 미사일을 앞다퉈 주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무기 생산 능력 부족이 드러나고 가자 전쟁으로 일부 무기의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현대 전쟁의 핵심 무기로 등장한 드론과 미사일을 방어 하는 무기체계의 부족이 심각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회원국들이 55억 달러(약 7조2000억 원) 상당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1000기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신 무기들은 부품이 수천 개에 달하는 등 매우 복잡해 생산을 쉽게 늘리기가 어렵다. 콘스버그 등 여러 서방 무기 생산회사들은 무기를 설계하고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하며 부품은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콘스버그 공장에 부품을 납입하는 회사들이 1500곳에 달하는 식이다. 나샘스 미사일 한가지만 해도 부품 공급사들이 미국과 유럽 대륙에 1000곳 넘게 산재해 있다. 미국의 RTX사(전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가 레이더와 미사일을 공급한다.
콘스버그의 무기 생산 부문 대표 에릭 리(30)는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도 하청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을 받으며 이런 공급망이 광산업체까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무기회사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부터 용접공에 이르는 수많은 업무의 노동력 부족에도 시달린다. 무기 회사들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보안심사를 거쳐야 하는 점이 일부 원인이다.
서방의 무기 생산 지연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부터 계속된 문제다. 최대 서방 무기 회사들 10곳의 주문량이 730억 달러(약 957조 원)에 달한다. 무기 주문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7년 대비 57% 증가한 액수다.
이에 따라 서방의 주요 안보 당국자들은 갈수록 더 많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장거리 대함 미사일이 개전 1주일 만에 소진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미국은 부족한 미사일을 신속히 채워놓을 방도가 없다. 나샘스와 마찬가지로 대함 미사일 생산에도 2년 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재블린과 스팅어 등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생산하는 록히드마틴과 RTX사는 지난해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데 4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공급망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F-35 전투기와 신형 훈련기, 급유기와 항공모함용 무기 생산 지연도 심각하다.
그러나 미 안보 당국자와 무기 회사들은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과 인도태평양지역 대비태세에 사용되는 무기들이 다르기 때문에 대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현대전의 총아 미사일 생산 부족
서방의 무기 생산 능력, 특히 유럽 각국의 국방산업은 냉전 종식에 따라 국방예산이 감축되면서 쇠퇴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독일은 연간 400대의 탱크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더해 각국은 생산 과정이 길고 가격이 비싼 첨단 무기들을 비축하기 위한 예산 여력도 크게 부족하다.
미사일은 현대전에서 소형 전투기 역할을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미사일은 걸프전과 NATO의 유고슬라비아 전쟁 개입 때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최근의 전쟁에서는 미사일과 로켓이 대규모로 사용되고 있다.
드론 사용과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 사용이 늘면서 대공 방어 능력 강화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러시아와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공 방어 무기체계의 생산에서 서방을 넘어선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무기를 도입하기까지 앞으로 10년은 걸릴 전망이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은 5020기에 달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의 대공미사일은 3200기에 불과한 상태다.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과 해군 미사일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중국과 러시아의 무기 회사들은 대부분 국영이어서 서방과 달리 시장상황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매달 각종 순항미사일 100기와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도 4기, 탄도미사일 5기를 생산할 수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로켓발사대, 포탄 등을 공급받고 있다.
1996년 몇 기의 비핵탄도 미사일만 보유했던 중국의 탄도 및 순항 미사일 보유량이 3000기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미 국방부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미사일의 성능이 최고 수준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장거리 미사일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가장 필요한 무기가 대공미사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이스라엘 지원 필요성과 겹쳐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대공미사일이 부족한 상태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아이언 돔 시스템 2기와 요격 미사일들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11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가자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공 무기 수요 급증
콘스버그 공장의 리 대표는 나샘스에 대한 수요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 때부터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문이 폭증했고 중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 해군 등의 함대공 미사일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콘스버그사의 무기 수주액이 2018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55억 달러(약 7조20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방종관 한국 예비역 육군 중장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은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지만 “미국의 생산력이 부족해”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대만 당국자들은 지난 2022년 미국의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공급 지연을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지난 10월에는 미 의회가 해군성에 대함 미사일 공급 지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만 당국자는 대만이 2021년부터 신형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3종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몇 주 내로 공급망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무기 산업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100종의 무기 체계에 필요한 부품의 전 세계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부품 공급 정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는 시도다.
미국 무기 회사들도 생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선 상태다.
콘스버그사는 현재 나샘스의 핵심 장비인 이동지휘센터를 조립하는데 모든 부품을 확보한 상태에서 1개월이 걸린다. 오는 6월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콘스버그사는 미사일 생산을 10배까지 늘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