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친(親)이란 무장단체 공격으로 자국 군인 3명이 사망한 데 대해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란이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마련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미군 사망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미국의 보복 대응 관련 긴급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SNSC는 대통령, 외교장관, 군 수뇌부, 최고 지도자 보좌관 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회의에선 미국의 이란 및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공격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대응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내용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에게 전달됐다. 하메네이는 미국과 직접 전쟁을 피하고 대리 세력 행동으로부터 거리를 두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반격할 준비를 하라고 분명히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군 수뇌부와 외교 정책 고문으로부터 매일 역내 정세 관련 브리핑을 받고 모든 SNSC 결정을 최종 승인하는 등 적극 관여하고 있다.
이란 고위 관료들은 지난달 28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가 무장단체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과 직접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이 공격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요즘 미국 관료들에게서 불필요한 위협이 들리고 있다”며 “우린 어떤 위협도 좌시하지 않겠다. 전쟁을 추구하지도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하거나 도망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사안에 정통한 전현직 이란 관료들은 NYT에 이란이 모든 군대에 최고 경계 태세를 발령하고 지대공 방어 시스템을 가동했으며, 이라크 접경지대에 탄도미사일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저항의 축’으로 알려진 이슬람 민병대들을 통해 중동 지역에서 대리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에선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미사일 공격하고 있으며,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에선 미군 기지가 최소 165회 이상 공격받았다. 지난달 28일엔 요르단 동북부 기지 ‘타워 22’가 무장세력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란은 대리 세력에 직접 지시를 내리는 건 아니라며 애매한 관계 설정을 하고 있다. 분석가들과 이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란은 무장 단체들의 전반적인 전략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란 지시를 받고 행동을 조율하는 정도는 단체마다 다르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반면, 이라크 민병대는 다소 자율성이 있다. 후티 반군은 예측 불가능한 ‘와일드카드’다.
다만 이란이 한순간의 실수로 미국과 직접 충돌할 수 있으며, 요르단 주둔 미군이 사망한 게 그 실수의 시작일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란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공격 배후로 초기 지목한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이스마일 가니 장군 방문 후 성명을 내 미군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란이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실제 이란이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 수뇌부는 온건파로 알려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교장관과도 접촉해 사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프 전 장관과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정치 분석가 사산 카리미는 NYT에 “자리프가 상황을 더 잘 분석하고 청중에게 설명할 수 있으며, 시기가 민감한 만큼 최고의 외교 정책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방식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심각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감시기구(ICG) 이란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딜레마는 이란 코털을 건드리지 않고 피를 흘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양측이 서로에게 보복하고 반격 필요성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어느 시점 폭발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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