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 격퇴에 주력해 온 이스라엘이 북부 접경지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언급한 것인데, 가자 지구에 국한됐던 중동 내 전쟁의 확산이 우려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병력 일부를 북부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는 헤즈볼라 근거지 레바논과 접경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는 무엇보다도 방어적 목적이고, 두 번째로는 거주민이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북부 접경에서는 작년부터 헤즈볼라와의 간헐적 충돌로 주민이 대거 대피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 일(주민 복귀)을 가능하다면 외교적으로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찌 됐든 우리는 (대피한 주민을) 귀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우려는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지역 무장 세력 ‘저항의 축’ 중 하나로, 추산 병력이 5만~10만 명에 달한다.
헤즈볼라와 전면전 시 이스라엘은 남북에서 각각 두 개의 전선을 버텨야 한다. 아울러 하마스보다 한층 더 이란과 밀접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미국-이란 대리전’이라는 오랜 우려를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일단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와의 전투에서 강력한 단계는 끝나간다”라고 했다. 헤즈볼라와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자 지구에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전투는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러나 “이는 전쟁이 끝나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치르는 전쟁의 목표가 “납치된 이들을 돌려받고 가자에서 하마스 정권을 뿌리 뽑는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한편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과 관련해 “합의에 반대하는 쪽은 하마스지 이스라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질 120명 모두가 귀환할 때까지 가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OI에 따르면 하마스는 곧장 맞성명을 내고 이런 일련의 발언이 이스라엘 측이 신규 휴전안에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가자 지구 추가 휴전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의 휴전안은 6주의 전투 중단과 이스라엘의 가자 인구 밀집 지역 철수를 시작으로 총 3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 휴전 기간에 잔여 인질 전부 석방 및 적대 행위 영구 종식 등 2단계 실행 여부를 협상하도록 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사전에 영구 휴전을 보장하고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모두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