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4일 오전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표명한 가운데, 이러한 표명이 갑작스러웠으며 여당 내에서도 일부 충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날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은 오전 11시30분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기자회견이 기자단에게 정식으로 안내된 것도 회견 시작 고작 25분 전이었다. 게다가 평소 총리 기자회견에 동석하는 내각 2인자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총리 비서관만 동석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전화로 여당 간부에게 사전 교섭을 하는 등 분주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한국 추석에 해당하는 명절 오봉(お盆)을 지낸다. 이에 국회의원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간 만큼, 자민당 의원들도 정보 수집에 쫓겼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해 물러나겠다면서도 임기 3년 간 성과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임 단념으로 몰린 분함도 내비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침체돼, 당내에서도 공공연하게 퇴진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결단에 여야에서는 충격이 확산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한 현직 각료는 통신에 “정치와 돈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질질 끌고 있었다. 무거운 결단”이라면서도 연휴 중 갑작스러운 표명에 “왜 이 타이밍인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해체를 결정한 파벌 기시다파 소속이었던 한 젊은 의원도 통신에 “불출마 이유를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다만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총재 선거에 출마해도 이길수 있다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 소속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은 “정치자금을 둘러싼 불상사를 매듭지었다”고 불출마에 대한 이해를 나타냈다.
야당은 정권 교체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제1 야당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泉健太)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갑작스러운 표명”이라며 “자신의 힘으로는 이 이상 개혁은 추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리가 그만둬도 자민당 체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할 생각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차기 총리가 될 후보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우선 여론의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자민당 간사장은 출마 의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대만을 방문 중인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함께 하자는 20명 (추천인이) 있다면 꼭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당 소속 의원 20명의 추천인이 필요하다. 소속 파벌 등 당내 지지 세력이 부족한 의원들에게는 출마를 위해 넘어야 할 높은 벽이 되어왔다. 여론의 인기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비주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추천인을 갖추는 게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며 추천인 확보를 서두를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정식으로 총재 출마 여부를 결정할 시기에 대해 ‘오봉(お盆)’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오봉은 한국 추석 격 일본 명절로 13~16일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 외에도,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표명으로 현직 각료와 당 간부들의 출마가 쉬워졌다. 총리를 지지해야 하는 현직 주요 인사들이 출마를 삼가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직 내각 각료, 당 간부 중 유력 ‘포스트 기시다’로서는 당 2인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8)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郎·61)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상이 있다. 이들이 입후보 표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