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지난달 24~26일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를 미국으로 초청해 새 종전안을 논의했다.
28개항으로 알려진 초안에는 러시아 측 기존 요구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 양도 외에 우크라이나군 전력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특정 유형의 공격 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 공식 국가언어로 지정하고,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러시아 정교회(모스크바 총대교구청) 산하 공식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 등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당혹감이 쏟아져나온다.
자국 참여 없이 이뤄진 미국-러시아간 협의에서 군사력 대폭 감축, 러시아어 공식 사용 등 수용할 수 없는 요구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키이우인디펜던트에 “워싱턴은 모스크바의 요구에 맞는 틀로 옮가가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도 “크렘린이 (포크로우스크 등) 최전선 우세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대규모 부패 스캔들의 여파를 활용해 극단적 요구조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언론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양국간 회담에서 러시아 주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종전 구상이 도출됐다는 논평이 나오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위트코프와 드미트리예프의 비공개 회담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협상에서 배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직 초안 단계지만 크렘린 요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디언도 “미국과 러시아는 키이우의 항복을 토대로 하는 종전 계획을 잡았다”며 “위트코프와 드미트리예프가 만든 이 초안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군사·정치적 주권에 대한 전례 없는 통제권을 주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종전안에 기반한 협상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나는 8개의 전쟁을 막았고, 푸틴과 함께 또 하나의 전쟁을 막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해 협상 개시에 힘을 실었다.
키이우포스트는 19일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일부 영토와 무기를 포기하고 우크라이나군을 감축하는 내용의 평화 계획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도 폴리티코에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친(親)우크라이나 인사였던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가 오는 1월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되면서 친러 성향이 강한 위트코프 특사가 협상을 총괄하게 된 점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이다.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이끄는 트럼프 행정부 대표단은 20일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종전안 초안을 공식 설명할 예정이다.
미국 대표단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논의 결과를 백악관에 보고한 뒤 모스크바로 이동해 러시아 측과 마주앉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면인은 19일 “현재까지 밝힐 만한 진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