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대만 침공을 감행한다면, 일본에 있어 존립위기사태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집단자위권 발동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사태를 일본 안보에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한 것으로, 일본의 정책 전환을 시사하는 중대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8일 엑스(X)에 “더러운 목을 베겠다”는 과격한 표현을 써 논란이 됐고 이후 중국 외교부는 물론 군 당국, 국영 언론까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4개 레드라인 넘어”…’시진핑 권위’ 정면도전으로 판단
중국이 이례적으로 강경 태도를 보이는 배경과 관련해 복합적인 해석이 제기된다.
우선, 중국의 대만 정책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넘는 어떠한 발언이나 조치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해 왔다.
덩위원 전 학습시보 편집장 겸 재미 시사평론가는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 설정한 네 가지 레드라인을 모두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레드라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 ▲일본의 침략 역사에 대한 집단적 기억 ▲부산 중일 정상회담 당시 약속 ▲대만 문제의 국제화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1972년 국교 정상화 당시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대만 개입을 언급했다. 중국 측은 이를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분석은 중국의 정치 일정과 연관된다. 중국은 올해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대적인 정치·사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침략국이었던 일본이 ‘무력 개입;을 언급한 것은 국내 여론과 민족 감정 측면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 문제의 국제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대만 문제는 주로 미중 간의 사안으로 다뤄졌지만, 일본이 공식적으로 개입 의사를 언급함으로써 서방 전반의 개입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발언 철회 외에는 출구 없다”…사태 장기화 국면
현재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해당 발언 철회’뿐이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기 부정’으로 평가되는 발언 철회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사태는 도무지 수습할 길이 없다. 실제 상황은 ‘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사태’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역시 사태의 장기화 혹은 격화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소셜미디어 채널 ‘뉴탄친’은 이번 사태의 향방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이 발언을 철회하고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경우, 일본의 무대응 속 대립 구도가 장기화되는 경우, 일본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사태가 격화되는 경우다.
특히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중국의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자극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중일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일 갈등 중재 역량을 가진 미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뿐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