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애플스토어에 들렀다. 예전 같았으면, 제품을 살펴보고 계산한 뒤 빠르게 나왔을 공간이다.하지만 요즘의 애플스토어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객들은 앉아 대화를 나누고, 세미나를 듣고, 제품을 체험한다.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는 공공적 경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리테일은 지금 ‘쇼핑’에서 ‘머무름’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루이비통이다.
파리의 LV DREAM, 도쿄의 카페 V, 서울 청담의 루이비통 카페까지,
단순히 제품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디저트 바, 아트 전시, 북스토어 등으로 구성된 복합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만들고 있다.
티파니는 뉴욕 플래그십에 Blue Box Café를 열어, 브런치와 함께 브랜드의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Nike는 매장 안에 러닝 스테이션, 커스터마이징 부스 등을 설치해 고객을 ‘움직이게’ 하고, Capital One Bank는 아예 은행 지점을 카페처럼 운영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업무’에서 ‘일상’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레스토랑 산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마켓, 와인바, 쿠킹 클래스까지 결합해,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문화 체험형 다이닝으로 확장된 공간이다. 여기선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보고, 배우고, 경험하며 머무르는 시간이 생긴다. 부동산 관점에서 Eataly는 쇼핑몰 안에서도 트래픽을 이끄는 키 테넌트(Key Tenant) 역할을 하며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
샤넬 역시 팝업 전시나 뷰티 체험 공간을 통해 고유의 럭셔리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고객 접점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루이비통처럼 세계관을 확장하기보다는, 정제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이는 리테일 및 F&B 부동산 가치 판단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과거에는 누가 더 높은 렌트를 낼 수 있느냐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누가 고객을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들 수 있느냐,
누가 공간 전체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다.
특히 쇼핑몰이나 스트립 리테일처럼 다양한 업종이 공존하는 곳에서는
단일 매장의 매출보다 업종 간 체류 동선과 경험의 연결성이 핵심이 되었다.
고객이 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다음 공간으로 이어가도록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테일과 레스토랑은 이제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커뮤니티, 감정이 머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은 이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되는가?”
미래의 리테일과 F&B 부동산 가치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 위에서 다시 정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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