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커피 산업은 명확했다. 커피 자체보다, 커피를 둘러싼 환경이 더 빠르게 변한 해였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불안정, 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의 고점 유지, 그리고 관세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좋은 커피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해였다.
이제 커피 가격 변동은 예외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고, 많은 카페와 로스터리는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했다.
스페셜티 커피의 분기점
2025년을 기점으로 스페셜티 커피는 분명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하나는 ‘희소성과 실험성 중심의 프리미엄 스페셜티’, 다른 하나는 ‘가격 접근성을 중시한 실용적 스페셜티’다.
소비자는 더 이상 ‘스페셜티라서 비싼 커피’에 설득되지 않는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커피에 대한 이해도 역시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왜 이 커피가 이 가격인지, 왜 이런 맛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선택받는다.
기술은 ‘맛’보다 ‘운영’을 바꿨다
2025년, AI와 자동화 기술은 바리스타의 감각이나 로스터의 철학을 대체하지는 않았다. 대신 분명하게 바꾼 것이 있다. 바로 운영의 기준이다.
로스팅 데이터 관리, QC의 정량화, 인력 의존도 감소, 일관성을 중심으로 한 품질 설계. 이제 경쟁력은 ‘누가 더 잘하느냐’보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가까워졌다.
2026년 커피 트렌드 #1_경험중시
2025년은 성장의 해가 아닌 구조를 점검한 해였다면, 2026년은 어떤 커피 트렌드를 갖게 될까.
카페쇼와 글로벌 리포트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키워드는 명확하다.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2026년의 카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경험이 소비되며 브랜드의 가치가 체험되는 플랫폼이 된다.
맛있는 커피는 이제 기본값이 되었고, 그 위에 공간·스토리·사람·기술이 얹혀 ‘무엇을 파느냐’ 보다 ‘어떤 경험을 남기느냐’가 중요해졌다.
2026년 커피 트렌드 #2_지속가능성
2026년에는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착한 마케팅 언어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친환경은 비용을 수반하고 윤리적 소비는 선택적이며 투명한 공급망은 설명을 요구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아니라 ‘왜 이 구조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력이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은 커피 업계에서 꾸준히 언급되어온 주제로, 최근에도 많은 커피 브랜드들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해왔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은 마케팅에 머물렀고, 2026년에는 설명과 설득을 동반한 지속가능성이 요구될 것이다.
2026년 커피 트렌드 #3_이해가 가능한 개성
한때 트렌드였던 과도한 퍼멘테이션과 자극적인 향미는 이미 피로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 더블 에너로빅(Double Anaerobic), 코퍼먼테이션(CO-Fermented), 써말 쇼크(Thermal Shock)등 생소한 가공법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도 함께 만들어졌다.
2026년에는 농장, 지역, 품종, 기본적인 가공 방식이 다시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개성은 필요하지만 과한 개성은 넣어두고 기본에 충실한 커피가 중심을 잡을 것이다.
2025년을 다시 떠올리면 커피가 전보다 더 어려워진 해였다. 하지만 동시에, 커피가 다시 본질을 묻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2026년의 커피는 더 저렴해지지 않을 것이고, 더 화려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더 명확해질 것이다.
이 커피는 어디서 왔고, 왜 이 맛이며, 우리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다음 해를 지나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