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는 26일 새 정부 출범 때인 8월22일 사임하고 큰아들 훈 마넷이 새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퇴위 후에도 왕정이 계속되는 입헌군주제에 인구 1700만 명의 캄보디아는 사흘 전에 총선을 실시했다.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던 새 야당 촛불당이 서류 미비로 선거 참가가 저지된 가운데 중간 개표 상황에서 집권 캄도디아국민당이 125석 중 12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훈 센 총리(70)는 33세 때인 1985년 총리 직에 오른 뒤 1993년과 2013년 두 차례 큰 위기를 맞았으나 강압적인 공동 총리제의 준 ‘쿠데타’ 및 지지 급상승 야당의 완전 해체 ‘독재’로 총리직을 이어가 38년 간에 달했다.
아들 마넷(45)는 미 웨스트포인트 육사에서 공부하고 캄보디아군에서 승승장구해 4성 장군에 올라 있다. 훈 센은 총리직은 아들에게 물려주되 집권당 총재직은 의원직과 함께 유지해 막후 실세 노릇을 할 계획이다.
1978년까지 3년 동안 인구 700만 중 200만을 학살한 크메르 루즈 세력을 이웃 통일 베트남이 타도하고 유엔 관리 하에 캄보디아의 입헌군주제가 수립되었다. 훈 센은 초기 베트남 편에 섰다가 이후 노골적인 친중국 노선을 걸었다.
2013년 총선서 집권당보다 단 4%포이트 아래의 44% 득표율을 기록한 야당 통합체 캄보디아국가구제당을 훈 센이 법원을 동원해 2015년부터 탄압하고 2018년 완전 해체하자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은 캄보디아와 외교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했다.
2018년 직전 선거에서 훈 센 당은 125석을 모두 차지했다. 미국 등은 촛불당 출마 저지 등 공정성이 제로이며 아들 마넷에게 정권을 물려주기 위한 요식 행위로 보고 선거 참관단을 보내지 않았다.
마넷의 권력 승계 후 캄보디아의 절대적 친 중국 노선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캄보디아는 베트남, 필리핀 등이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에 철저하게 중국 편을 들어왔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연례 정상회의에서 캄보디아의 반대에 막혀 중국의 막무가내 식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이 번번이 무산되었다.
훈 센은 야당이 힘을 얻을 때마다 분쇄하고 사법부와 언론을 정권에 종속시켰지만 빈국 캄보디아의 경제를 나름대로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대 캄보디아 역사에서 훈 센 총리의 38년 간이 가장 긴 평화기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