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전 이탈리아 폼페이에 덮친 대규모 화산 폭발. 그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사망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화산 폭발로 튀어나온 돌에 맞거나 고열로 불에 타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화산재로 뒤덮인 구름 속에서 숨을 못 쉬어 천천히 사망한 것일까.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베수비오 화산 대폭발일(79년 8월24일)을 맞아 폼페이 희생자 사망 원인이 질식사라는 연구 결과를 냈다. 희생자 석고 모형 등을 분석했을 때 질식으로 사망한 뒤 나중에 용암, 가스 등으로 시신이 불에 타거나 부패했다는 것이다.
24일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스페인 발렌시아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 연구진은 휴대용 엑스레이로 폼페이 희생자 7명 석고상을 분석한 결과 이들 모두 화산재 구름 속에서 질식해 사망한 것을 밝혀냈다.
학계에서는 베수비오 화산 대폭발로 폼페이에 살던 고대 로마인 중 2000여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질식사로 사망했는지, 갑작스러운 열에 따른 급사였는지 등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이날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은 폼페이 희생자들의 사망 원인이 질식사라는 데 힘을 보탰다.
화산재는 다른 토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단단하게 퇴적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폼페이 희생자들의 시신은 화산재에 묻힌 뒤 부패하면서 뼈만 남은 채 사라지지만 그 빈 곳에 희생자들 형상이 남는다.
이에 후대 연구자들이 당시 희생자가 어떤 모습으로 사망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빈 곳에 석고로 채우면서 일종의 석고상을 만들어 냈고 이번 연구진도 이 석고상들을 이용했다.
이들은 폼페이 포르파놀라 등 지역에 묻힌 희생자들의 석고상을 깨부수지 않은 채 석고상 안에 남은 뼈를 휴대용 엑스레이로 분석했다. 지아니 가예요 스페인 발렌시아대 박사는 석고 화학 물질이 이미 모형 내부의 많은 뼈를 오염시킨 파괴적인 재료라며 더 큰 손상을 막기 위해 비침습적 화학 분석법인 엑스레이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엑스레이로 식별한 석고상 안 뼈를 79년 베수비오산 분화 이전 묘지에 묻었거나 로마 시대 당시 의도적으로 화장했던 유골들을 비교한 결과 이들 뼈가 화장된 유골과 화학적 구성이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폼페이 희생자들 시신이 불에 탔다는 증거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희생자들이 사망했을 당시 취했던 자세를 볼 때 편안히 누워 있는 자세라며 이는 질식이나 탈진에 따른 느린 죽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학계에 따르면 몸이 불에 타들어 갈 때 사람들은 권투선수 자세로 사망한다. 피부, 조직, 근육 등이 타는 과정에 근육이 수축하면서 짧아져 팔다리가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폼페이 희생자 대부분은 화산 폭발 후 극고온의 화산재와 유독 가스 등으로 뒤덮인 대기에 질식해 사망했으며 이들이 사망한 뒤 극고온 가스, 용암 등에 뒤덮이며 사람 모양의 빈 곳이 남은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