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부산을 찾아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북 콘서트를 열었다.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북 콘서트에는 박영순(대전 대덕구), 양기대(경기 광명을), 최인호(부산 사하갑), 윤영찬(경기 성남 중원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사상구 지역위원장, 박성현 동래구 지역위원장, 서은숙 부산시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시의회 대회의실에는 지지자들이 약 400명이 몰려 준비된 의자가 모자라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이낙연, 파이팅”을 외치고 환호했다.
북 콘서트는 외교와 관련한 강연에 이어 국내 정치, 유학 생활, 인생 노하우 등의 질문을 청년들과 시민들로부터 받고 답하면서 진행됐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외교에 ‘돌고래 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2마리의 큰 고래가 헤엄치는데 우리는 ‘조그마한 물고기’로 고래한테 먹힐 것인가, 아니면 귀엽지만 강하고 매력적인 돌고래가 돼 외교를 펼칠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우리는 후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외교에 있어서 4가지 운명을 타고 났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인 점, 미국과의 동맹, 반도 국가, 통상 국가라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를 둘러싼 4개의 강대국 속에서 미국 동맹을 가운데 두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외교 전략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대통령이 두바이에 가서 이란이 적이라고 말했으면 안 됐다”며 “우리는 무역 국가이기 때문에 상인의 입장에서 누구라도 손님이 될 수 있기에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과 마음에 안 든다고 싸워서도 안 되고, 손님과 손님 사이에 싸움을 붙여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역대 정부를 보면, 민주당 정부는 분단을 강조하면서 평화에 방점을 두기도 하고, 보수는 동맹을 강조하기도 한다”며 “단지, 너무 한 가지를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하는데, 현 정부는 너무 미국과의 동맹에만 목을 매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일본의 ‘중층 외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앞에서는 중국을 자극하지만, 뒤에서는 전 총리 등을 기용해 중국에 경제협력을 촉구해 협력한다”며 “반면 우리는 단층 외교라고 불릴 정도로 한쪽을 무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미 동맹은 운명이기 때문에 가운데 두고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도 노력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 당시 가장 외교적으로 안정된 시기라고 보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제2의 DJ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북 콘서트 이후 서지연 부산시의원과 천병준 동래구 구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는 현재 시국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다단계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부족했다”며 “과학계에서도 안전성에 대해서 갈리는 만큼, 안전과 안심이 같지 않기 때문에, 바닷물의 흐름이나 수산물의 유통 과정 등 단계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충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공조와 관련된 질문에선 이 전 대표는 “현 정부는 대북, 대중, 대러 정책이 없다”며 “한미일 공조가 단단해질수록 뒤에서는 북중러의 공조도 단단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항상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MZ 세대의 북한 및 통일 피로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미국도 MZ 세대에서 북한에 대한 피로도가 있는데, 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며 “하지만, 통일은 우리의 운명이고, 우리나라 헌법에 남북통일과 관련한 부분이 4곳이 등장하는 등 청년층에 고통스럽겠지만 설명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도덕성'”이라며 “우리 정당은 수십 년 동안 이런 믿음을 자산으로 삼고 살아왔다. 국정 경험이 얇지만 그래도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그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도덕성과 경제적 도덕성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 당내에서 가장 큰 정치적 의사결정인 기구인 전당대회에서 봉투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정치적 도덕성에 심하게 타격을 받았다”며 “민주당 사람들이 돈에 더 깨끗하다. 그래서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 정직하다고 하는데, 어떤 국회의원이 국회 회의 중의 수억 원을 투자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은 경제적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빨리 털어내고 아프지만 우리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처럼 빨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자꾸 안 하고 미루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 콘서트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울먹이면서 어려움을 토로하자, 이 전 대표는 “지금 정부는 너무 차갑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이 굉장히 똑똑한 사람인데, 똑똑하기만 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