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레전드’ 남진(77)이 데뷔 60주년을 앞두고 신곡을 발표했다. 단순히 기념을 위한 깜짝 발표는 아니다. 그는 지난 6월까지도 꾸준히 곡을 내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특별하게 쇼케이스를 마련한 것은 변하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남진은 13일 서울 마포구 YTN뉴스퀘어에서 열린 신곡 발표 쇼케이스에서 트로트 발라드 ‘이별도 내 것’과 라틴 재즈 댄스 트로트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이별도 내 것’은 ‘상사화'(2014) 노랫말을 쓴 김영호 작사가 그리고 무명이었던 김병걸 작곡가와 힘을 합쳐 만든 노래다. 남진의 히트곡 ‘미워도 다시한번'(2009) ‘가슴 아프게'(2016) 등 애절한 트로트 발라드를 떠올리게 한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은 실험적인 노래다. 남진의 메가 히트곡 ‘둥지'(2005)을 작곡한 차태일이 작사·작곡을 했다. 남진은 “처음 불러 보는 재즈 스윙이다. 가요에 어울리는 리듬이 아니었는데, ‘둥지’ 편곡자 송태호씨가 편곡을 잘 해줬다”고 했다.
64년에 데뷔해 내년 60주년을 맞이하는 남진은 다음 달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한다. 정통 트로트부터 판소리까지 남진 표 공연으로 채울 예정이다. 팬들을 ‘오빠부대’라고 칭한 남진은 “오빠부대가 지루하지 않게 기존 노래에 변화를 주고 신곡을 내고 있다”며 “열심히 준비하고 노래하면서 행복하고 보람이 있다. 이 순간도 데뷔하던 때 기분”이라고 했다.
정형화된 패턴으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남진은 아직도 신곡을 마주할 때마다 두근댄다고 했다. 그는 “올해도 몇 곡을 발표했는데 신곡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가수는 활동 몇 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좋아하는 곡을 받고 신곡을 내면 새로운 여인을 만나듯이 가슴이 설레고 뛴다”고 했다.
60주년을 맞이할 때까지 남진이 걸어온 길은 모두 의미가 있다. ‘가왕’ ‘황제’ 같은 수식어가 붙는 그는 그보다 ‘오빠’로 불리길 원했다. 그는 “(나로 인해) 가요계에서 오빠부대가 처음 생겼다. 그런 자부심이 생겨서 영원한 오빠로 불러 달라고 한다”고 했다. “오빠의 원조라고 해줄 때 힘이 납니다. 어느 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떠나는 날까지 오빠라는 환호 소리를 듣고 힘이 나고 뜨거운 무대를 하고 싶어요.”
남진은 데뷔 60주년을 특별하게 맞이한다. 다음 달부터 내년 10월까지 1년간 부산·광주·전주·제주·서울 등 전국을 돈다. 내년 11월부터는 시즌2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김현수 연출가는 “남진 콘서트는 한 번쯤 꼭 봤으면 좋겠다. 왜 오빠가 살아 있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 공연에도 남진 선생님의 열정과 노력이 담겨있다. 두 시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소화하시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남진은 “신인으로 데뷔하는 기분으로 혼신을 다해서 사랑을 담아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트로트 오디션 열풍으로 인해 트로트가 K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때, 정통 트로트를 고수하는 남진이 바라보는 트로트의 미래는 밝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누비는데, 옛날에는 생각이나 했겠나. 전 세계가 한국이라고 하면 방탄소년단을 다 알고 몰려든다”며 “그만큼 문화가 발전했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심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트로트) 후배들이 멋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배우 이동준 아들인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일민, ‘미스트롯’ 김다현, ‘불타는 트롯맨’ 강훈과 신인 가수 우현정 등이 이번 전국투어에 함께한다고 말했다.
남진은 가수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20년 세월 따라 다른데 지금은 감사하다. 노래가 천직이고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다”며 “세월이 갈수록 깊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대충하다 끝내고 싶지 않고 마지막 혼신을 다해서 팬들과 마무리하고 잘 떠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