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그런데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WHO의 주장을 반박하는 건강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영상과 해시태그가 일제히 퍼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알고보니 제로 음료 등을 만드는 식품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인플루언서들을 후원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WHO가 올 여름 인기 있었던 인공감미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건강 전문가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아스파탐의 안전성(#safetyofaspartame)’이라는 새로운 해시태그가 퍼지기 시작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220만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버지나아주의 영양사 스태프 그라소는 이 해시태그를 사용하면서 WHO의 경고에 대해 “낮은 수준의 과학에 근거한 클릭베이트(낚시성 주장)”라고 지적했다.
캔자스시티의 영양사 카라 하브스트릿은 “(인공감미료에 대해) 걱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영양사들은 코카콜라나 펩시 등의 기업을 대변하는 로비 단체인 ‘아메리칸 베버리지(American Beverage)’에 영상을 게시하는 대가를 받았으며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10여명의 건강 전문가가 게시한 최소 35개의 게시물이 아메리칸 베버리지와의 공동 캠페인의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의사, 헬스 인플루언서, 영양사 등에게 공개되지 않은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 음료의 주성분인 아스파탐이 체중 감소에 효과가 없고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WHO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또 건강 인플루언서나 영양사들은 기업이나 산업계로부터 후원을 받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가공식품이나 보충제에 대한 광범위한 홍보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만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한 68명의 영양사들의 계정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량이 지난해 1100만명의 팔로워에게 음식, 음료, 보충제 등을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식품 산업계가 건강 전문가들을 영입함으로써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넘어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명성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아메라칸 베버리지는 캠페인에 참여한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에 유료 파트너십 여부를 표시하게 하는 등 자신들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다른 보건 당국은 WHO의 경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 캠페인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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