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백현동 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선거브로커와 불법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142페이지 분량의 이 대표 백현동·대북송금 의혹 관련 구속영장 청구서엔 이 대표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 기술 대표간 친분 관계가 상세히 담겨 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 사업 로비스트로 지목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06년 이 대표 성남시장 출마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이후로 2010년, 2014년 성남선거도 지원하는 등 이 대표와 지속적으로 교분을 이어왔다. 백현동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6년 6월 김 전 대표는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이 대표를 찾아갔고, 이 대표가 “형님, 나 때문에 고생 많습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9월엔 이 대표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으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이 대표 변호인 중 한 명을 집으로 불러 향후 전망을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 대표와 김 전 대표가 두터운 신뢰관계를 맺었다고 봤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인지했다고 본다. 성남시청 및 산하 기관 공무원 수십명은 김 전 대표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거나, 집안 경조사에 부조금도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인섭은 피의자(이 대표)와 정진상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뿐 아니라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이른바 ‘비선 실세’로 통했다”고 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제도권 최측근은 정진상이고 비제도권 최측근은 김인섭”이라는 진술도 기재했다.
이처럼 자신의 측근이자 각종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김 전 대표를 도와주기 위해 백현동 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이 대표의 범행 동기다.
반면 야권은 이 대표가 배임을 할 동기가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용도 변경 등 특혜를) 맨입으로 해줄 수 없는 거 아니냐”며 “(검찰이 100억 의혹 관련) 뇌물 요구, 약속조차도 의율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백현동 사업 초기엔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진행하는 사업이니 신경을 써라’, 성남도개공이 사업에서 배제된 이후엔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진상이가 이야기 안 했어? 그거 정 실장과 인섭이 형님이 다 이야기해서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어?’라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말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사업으로 김 전 대표 측에 이익을 주는 한편, 거꾸로 자신이 피고인인 재판에서 김 전 대표를 통해 유리한 증언을 받아냄으로써 이득을 얻기도 했다고 봤다.
현재 이 대표는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에서 김 전 대표 측근이자 그와 함께 백현동 브로커로 활동했던 김모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먼저 김 전 대표를 통해 김씨에게 재판 증인을 부탁한 뒤 이후 김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해 특정 증언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를 두고 “오랜 기간 선거브로커인 김인섭과 형성한 유착관계를 이용해 상호 간의 정치·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엔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수차례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담겼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알려진 ‘2019년 12월께 피의자에게 김성태가 방북 비용을 건네준 사실을 보고했다’는 내용을 이 대표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까지 진술하고 있다”며 “방북 비용 대납의 수혜자가 피의자인 사실까지 종합하면 방북 비용 대납을 지시 및 승인했음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이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태형 변호사, 전모 경기지사 비서실장으로부터 (대납과 관련해) ‘피의자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 한 진술도 이 대표가 대북 송금 사실을 인지한 정황으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서 “부패한 선출직 공직자와 부패한 기업인이 결탁한 후진적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박 의원은 “경기도지사 이재명이 북한에 대해 어떤 처분 권한이 없었다”며 제3자 뇌물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구체적인 부정한 청탁 사업은 없고, 오히려 쌍방울의 고유 사업만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