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무빙’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2011년 11월 국내 상륙 후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지만, 2년 여 동안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없었다. 강풀 작가의 무빙은 지난달 9일 공개 후 첫 주부터 세계 디즈니+ 최다 시청 1위에 오르 입소문을 탔다. 디즈니+는 6월 콘텐츠팀을 해산하고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단한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무빙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22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무빙 제작비는 소스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만큼 많은 제작비가 들었고, 긴 노력을 했다. 그보다 성적을 더 내줬다. 내외부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고 밝혔다.
“K-콘텐츠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느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한국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한국에서 제작 중단하는 일은 없고, 그렇게 결정한 적도 없다. 로컬 콘텐츠는 계속 제작·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작년부터 글로벌 미디어 회사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 업계 자체가 변화, 전환하는 시기라서 구조조정, 조직 개편 등이 있었다. 그런 변화에서 (제작 중단 등의) 이야기가 나온 건 충분히 이해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제작·투자는 이어질 것이다.”
“제작 중단 NO”…디즈니+, ‘무빙’으로 전환점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 이야기다. 배우 류승룡을 비롯해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이 출연했다. 강 작가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강 작가가 직접 극본을 쓰고, 넷플릭스 ‘킹덤’ 시즌2(2020) 박인제 감독이 연출했다. 총 20부작이며, 제작비 650억원 이상 들었다.
김 대표는 무빙이 공개 직후부터 좋은 성과를 보여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론칭한 후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비즈니스, 콘텐츠 제작 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줬다.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짚었다.
“(무빙이 공개되는) ‘수요일에 저녁 약속을 안 잡는다’고 하더라. 스토리가 가진 힘이 컸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준 강풀 작가 웹툰으로 시작, 매 회차 인물 서사가 탄탄했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역시 잘 만들어진 스토리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이 크구나’라고 느꼈다. 신인부터 베테랑까지 연기가 주옥 같았다. 감독님이 잘 어끌어 줬고, 제작진 노력이 어우러져 시너지가 극대화됐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슈퍼 히어로 이야기가 생소한데, 초기에는 ‘실사로 잘 그려질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무빙은 디즈니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슈퍼 히어로와 액션 중심이지만, 곳곳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 포인트가 있다. 디즈니가 꽤 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특성”이라고 짚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해서 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 됐는데, (무빙은) 기존의 흥행 공식을조금 깼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 얼마나 많은 기회와 용기를 주는지 보여줬다”고 자부했다.
시즌2 제작도 긍정적이다. “공개되지마자 ‘시즌2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이 나왔다”며 “무빙이 성공할 줄 알아서 그 부분을 열어 놓고 얘기했다. 시즌2는 너무나, 무조건 (하고 싶다). 강풀 작가님이 (휴가를 갔다가) 돌아보면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겠다.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했다.
“제작 중단 NO”…디즈니+, ‘무빙’으로 전환점(종합)
지창욱 주연 ‘최악의 악’과 남주혁 주연 ‘비질란테’를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새 다큐멘터리 ‘BTS 모뉴먼트 : 비욘드 더 스타'(BTS Monuments: Beyond the star)와 드라마 ‘사운드트랙#2’ ‘킬러들의 쇼핑몰’ ‘화인가 스캔들’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론칭 처음에는 가능한 작품에서 고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 다음에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2년 밖에 안 됐는데, 초기에는 배움의 기간이 있었다. 이제는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최악의 악이 기대가 크고, 비질란테도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빙의 좋은 모먼트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코로나19가 거의 끝나갈 때 (디즈니+가) 론칭했는데, 그 기간에 OTT가 비정상적으로 급성장했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우리 속도에 맞춰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서비스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디즈니의 국내외 콘텐츠 균형을 잘 맞추고, 좋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겠다. 단기적으로 반짝 성공하기 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