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지나친 발언으로 강력한 지원 세력으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지난 주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고 미 정계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도 방문했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젤렌스키는 곡물 수출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유럽 국가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실제로는 러시아 편을 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지금껏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지원국인 폴란드가 발끈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는 사람까지 익사시키려 한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틀 뒤 젤렌스키는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폴란드의 지원에 크게 감사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쏟아진 물을 주워 담았다.
이처럼 짜증과 감사 표시를 반복하는 젤렌스키의 태도는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가 작용하는 때문이다.
기존의 관례를 깨는 젤렌스키의 소통 방식이 상당한 반발도 불러일으킨다. 격식을 깨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면서 진지함을 보인 덕에 지지와 존경을 받는다. 반면 외국의 기성 정치인과 외교관들이 자국민들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코미디언 배우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젤렌스키는 세계무대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안보리 해체 주장에 유엔 당국자들 당혹
지난 18개월여 동안 젤렌스키는 안전보장이사회가 러시아에 맞서야 않는다면 해체돼야 한다고 말해 유엔 당국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고 러시아의 침공을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비유해 이스라엘 정치인들을 자극했다.
지난 5월엔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데 서방의 지원이 느려터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자신이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애원하면서 간신히 지원을 확보한다고 했다.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는 소셜 미디어에 나토 회원국들이 “전례도 없고 터무니없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미 당국자들이 화를 내면서 미 정부가 나토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우크라이나 가입 문제에 대한 언급을 빼버리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젤렌스키가 “다른 나라들의 미적거리는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젤렌스키가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에 의미가 큰 성공”이라고 주워 담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중요한 안보 성과”를 가지고 귀국한다면서 “안보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자랑했다.
지난 21일 젤렌스키는 워싱턴에서 미 의원들과 대화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왜 미국에 중요한가를 설파했다.
젤렌스키의 소통 방식이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큰 힘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화상회의에서 연설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연설을 들은 당국자들은 대단히 감동적 연설이었으며 EU가 즉각적으로 대규모 지원에 나서도록 자극했다고 말한다.
이후 젤렌스키와 공보팀은 블라디미르 푸틴과 대조적인 카키 군복 차림의 젤렌스키의 모습을 부각시켜왔다. 이런 모습은 국내적 지지를 굳히는데도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독립 기념일 우크라이나 중부에서 촬영한 소셜 미디어 동영상에서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온 군인, 교사, 간호사, 어린이, 기술자들에게 감사했다.
그는 “전선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모든 사람, 그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모든 사람, 전화나 문자로 ”잘 지내?“라고 물으면 ”아주 잘 지낸다!“는 답변을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