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기 도중 해임되면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예산 합의가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 군사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NN은 4일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전선에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및 재정 지원에 먹구름을 불러드렸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의장이 새로 선출되기 전까지 하원의 주요법안 처리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수장이 없으니 협상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조 바이든 행정부는 24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포함된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공화당이 정부 예산의 대대적인 삭감 등을 요구해 제동이 걸렸다.
협상 난항으로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는데, 결국 미 하원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지원 등 민감한 사항은 제외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임시예산안 통과 이후 “우린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지원이 중단되는 걸 허용할 수 없다”며 신속한 추가 협상을 의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이 축출되면서 예산 협상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새로운 하원의장으로 누가 선출될지도 변수다. 매카시 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공화당 내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애가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군대 유지 등으로 월에만 25억달러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자금을 미국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클 맥코드 미 국방부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대통령 권한만으로 파견할 수 있는 무기는 54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며 “계약 체결이 지연돼 우크라이나 군대 성공에 필수적인 무기들과 추가적인 155㎜ 방사포를 구매하는 국방부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미 공화당을 겨냥해 “수십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군대를 물리치는 일을 왜 그렇게 집요하게 반대하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