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데이트저스트(재생)’
중고 명품 시계를 알아 보던 A씨는 ‘재생’이라는 표기를 보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재생이 문자판(다이얼)을 새로 도색한 것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정품을 도색하면 정식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다.
명품 시계 ‘롤렉스(Rolex)’와 ‘오메가(Omega)’ ‘까르띠에(Cartier)’ 등이 예물로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과 가격 부담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 ‘재생’ 시계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생’은 쉽게 말해 사설업체 등을 통해 다이얼을 새로 칠하는 작업을 말한다.
오래된 시계 다이얼이 부식돼 재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하는 색으로 다이얼 색을 바꾸고 싶을 때도 재생을 한다.
이런 경우엔 ‘커스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래된 중고 시계를 재생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새 것 같이 만들 수 있다. 비교적 유행이 지난 다이얼의 색상을 민트색이나 원색으로 바꿔 개성을 나타낼 수도 있어 중고 명품 시계 업계에선 재생이 활발히 이뤄진다.
빈티지 명품 의류를 수선하거나, 클래식카를 새로 도장하거나 튜닝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이 때문에 외국에선 재생이나 커스텀 전문가들을 기술자로 모시기도 한다.
커스텀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영국의 커스텀 전문 업체 ‘뱀포드(BWD·Bamford Watch Department)’ 등이 대표적이다.
뱀포드는 롤렉스 등을 커스텀하는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뱀포드에서 커스텀한 롤렉스의 데이토나로 추정되는 시계를 착용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롤렉스 등 상당수 브랜드가 재생한 시계에 정식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롤렉스의 경우 재생한 시계를 수리하려면 별도로 비용을 내고 정품 다이얼로 교체한 뒤에야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평소에 시계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이들이 재생의 개념을 잘 모르고 시계를 구매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 재생 여부를 정확히 표기하지 않고 판매를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 중고 명품 시계 거래 업계 관계자는 “뱀포드 등은 자신들이 커스텀한 시계에 자신들의 로고를 새겨 누가 봐도 커스텀한 시계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며 “시계 주인이 재생 여부를 표기하지 않길 원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시계를 판매할 때도 알리지 않는 경우가 꽤 있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표권자가 아닌 사람들이 정품 시계 로고를 프린팅한다는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민트급’ 중고 시계를 사고 싶어하는 이들의 경우 재생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엔 아예 믿을 만한 전문점에서 거래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민트급은 재생 시계와 달리 리셀 시장에서 거래되는 신품에 준하는 시계를 말한다. 국내에선 서울 강남의 캉카스백화점 등이 대표적인 민트급 명품 전문점으로 꼽힌다. 민트급 제품은 신품에 준하는 상태임에도 가격이 저렴하고, 매장에서 구매하기 힘든 제품을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신품에 가까운 상태 때문에 심리적 만족감이 중요한 명품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