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직원 노조가 대한항공과의 기업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노조가 대안 없는 반대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공공운수노조 소속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달 25일에도 성명을 내고 “아시아나항공 지우기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항공 주권을 포기하는 기업결합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20일까지 서명운동 결과를 취합해 이달 말 예정된 이사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상, 화물, 항공기 운항 정비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와 함께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도 지난달 기업결합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기업 결합을 둘러싼 노조의 이같은 반대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선 “대안없는 반대”라고 노조를 비판한다. 아시아나항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만 1714%에 달한다. 이는 대한항공 197%, 제주항공 510% 등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합병 장기화로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경우 사실상 국내에서는 대한항공 외에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도 어렵다. 자칫 양사 합병이 무산되고, 또 다른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파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산업은행이 추가 공적자금을 투자하는 식으로 기업회생 절차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합병 반대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분간도 못한데서 나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오는 27일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화물사업을 부분 매각하는 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노조의 반대 등 아시아나항공의 내홍으로 이 안건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EU 경쟁당국이 합병 승인 심사를 불허할 꼬투리가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무조건 해내겠다는 입장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6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100% 올인하겠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노조 측은 양사 합병 이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대한항공 측의 약속에 신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이 EU 심사 통과를 위해 추진하는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반납과 중복 노선 이관 등은 불가피하게 조종사와 승무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