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기후 시위를 벌이며 영국계 대형 은행 HSBC 런던 본사에 50만파운드 상당의 피해를 준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환경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의 여성 활동가 9명이 2021년 4월22일 시위를 하면서 런던 HSBC 은행 본사의 맞춤 제작된 유리창을 망치와 끌로 부수며 기물을 파손한 혐의에 대해 서더크크라운 법원의 배심원단은 이날 무죄로 평결했다.
당시 XR 활동가들은 런던 HSBC 은행 본사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또 “깨진 약속보다 깨진 창문이 낫다”고 적힌 패치를 붙이고 은행 창문에 ‘지난 5년간 800억파운드의 화석연료 사용’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이후 이들은 앉아서 경찰에 체포되기를 기다렸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후 피고인 9명은 기물 파손 혐의로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됐다. 이들은 모두 해당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단체는 “HSBC가 2050년까지 탄소 발자국을 0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규정상 여전히 석탄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고객이나 계약을 막을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이들은 망치와 끌로 무장한 상태로 HSBC 건물에 갔다는 사실과 창문을 부수기 위해 이 도구들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피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액은 50만파운드(약 8억원) 규모이며, 다시는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취하며 더 큰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피고인들은 피해가 시위 중에 발생한 것이고 자신들이 한 행위는 합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이는 합법적인 항의를 벗어난 불법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클레어 패럴(40)은 무죄 평결을 받은 후 “이례적인 합의가 있었던 재판이었다”며 “시위 당시에 있었던 일과 우리가 문명 파괴와 기후 붕괴의 과정에 있다는 사실은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수잔 리드(65)는 은퇴한 사회복지사다. 그는 평결 후 “내 인생을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데 보냈다. HSBC가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돈을 쏟아부으며 큰 해를 끼치고 있는 것도 방관하지 않았다”며 “오늘 배심원단의 평결은 다른 사람들도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파괴적인 폭력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