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등을 놓고 거듭 견해차를 보이면서,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갈등 확대를 막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강경파를 설득하는데 고군분투 중이라고 미국과 유럽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2주간 민간인 사상, 인질 협상, 가자지구 통치 주체 등을 놓고 이스라엘을 압박해 왔다.
이스라엘 자위권을 조건 없이 지지한다는 게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이 민간 시설까지 무차별 공격하자 난민촌이나 병원 등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표적은 피하라고 경고해 왔다.
이 같은 요구는 최근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평가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PBS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더 많이 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 본부로 지목한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공격을 공습 대신 지상 작전으로 제한한 것도 이 같은 노력 일환으로 평가된다.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도 우려 사항 중 하나다.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서안지구에선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쿠스라 마을에선 이스라엘인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서안지구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등 조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직접 개인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WSJ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공개적이고 가시적인 첫 번째 신호”라고 분석했다.
인질 석방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도 양국 관계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카타르 중재로 인질 50명 석방을 조건으로 교전을 일시 중지하는 방안을 협상 중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교전을 4~5일씩이나 중단할 수 없다며 반대하면서 타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 주체를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 통치를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WP 기고문에서 PA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단일하게 지배하는 것을 골자로 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곧 성명을 내 “PA는 하마스가 끔찍한 학살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며, 하마스 소탕 이후 가자지구 통치 주체에서 PA를 배제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료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통치하진 않지만, 이스라엘 국경을 따라 가자지구 내부에 사람이 살지 않는 일종의 완충 지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영토가 줄어드는 방안에 반대하는 만큼 미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