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죽산면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자승 스님은 제33·34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다. 세수 69세. 법랍 44년.
자승스님은 29일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채에 머물다가 화재 전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안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칠장사 내 스님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 불이 났다. 자승 스님은 화재 진압 중 요사채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단의 대표 행정승으로 꼽힌다. 2009년 50대에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후 청담, 의현 스님이 총무원장을 연임했지만, 4년 임기 두 번을 모두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유일하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스님은 19살 때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1973년 첫 은사였던 조계종 3·9대 총무원장한 경산 스님으로부터 ‘자승’이란 법명을 받았다.1988년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규정국장, 재무부장을 거치며 종무행정을 익혔다. 1992년 10대 중앙종회의원에 선출된 후 1996년 11대 중앙종회 사무처장, 12·13·14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이때 1994년 개혁종단 설립 후 분열된 불교계를 하나로 묶은 역할을 한 인물이란 평과 함께 유력한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떠올랐다.
2009년 10월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대 득표로 제33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스님은 당시 나이 만 55세로 전 총무원장들보다 젊어 주목을 받았다.
스님은 33대 집행부와 스님 노후를 위한 수행연금 지원, 스님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키는 종법개정, 주지인사고과제 도입, 승가교육진흥위원회 발족, 한국불교수행법 대중화, 해외특별교구 설립 등을 추진했다.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동남아 국가의 저소득계층 지원 등 사회 활동도 펼쳤다.
2011년 3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에 이어 2013년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퇴임 후 2021년에는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조계종 실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은사인 월암 정대 스님이 설립한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이사장도 맡았다.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지냈다. 지난 2022년 상월결사 회주로 부처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법 활동에 매진했다. 지난해 스님이 두발을 기르고 다닌다며 승려들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조계종 전 불학연구소장 허정스님과 제주 남선사 주지 도정스님은 “자승스님이 2019년 위례신도시 상월천막 안거를 하고 난 뒤부터 머리를 자르지 않고 다니며 승풍을 실추하고 있다”며 종단 호법부에 고발장을 냈다.
한편 조계종은 “29일 안성 칠장사 화재와 관해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스님께서 입적하셨음을 확인했다”며 “공식 부고는 조계종 총무원과 재적 교구본사인 용주사와 상의하여 30일 오전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