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 포진한 하마스 지하 터널을 파괴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와 침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가자지구 터널 네트워크에 해수를 주입하기 위한 대형 펌프 시스템을 조립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지난달 중순께 가자시티 서부 지중해 쪽에 위치한 알샤티 난민촌에서 북쪽으로 약 1.6㎞ 떨어진 지점에 대형 해수 펌프 최소 5개를 설치했다.
펌프는 지중해에서 해수를 끌어와 시간당 수천㎥ 상당 바닷물을 터널에 주입, 몇 주 만에 터널을 침수시킬 역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초 미국에 이 같은 옵션을 알렸고, 이후 터널 침수로 얻는 군사적 가치와 환경 영향을 비교하는 논의가 시작됐다고 미국 관료들은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가 이 계획을 실행하는데 얼마나 근접했는지는 알지 못하며, 최종 결정을 내린 건 아니지만 계획을 배제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에 정통한 전직 미국 관료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터널에 해수를 채우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확인했으며, 현재 진행 상황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사적으로 우려를 표했고, 일부는 터널 무력화를 위해 이 안을 지지하고 있다.
The IDF located a tunnel shaft in a schoolyard in the northern Gaza Strip.
It is abundantly clear that @UNRWA and @UNICEF spent years looking the other way as Hamas turned countless civilians centers into terror hubs. pic.twitter.com/tqFJ8T0s5W
— Aviva Klompas (@AvivaKlompas) December 2, 2023
전직 관료들은 이 작전이 바이든 행정부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국제적 비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약 5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땅굴 시스템을 영구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효과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전직 관료 중 한 명은 가자지구 수도·위생 시스템이 심각하게 손상돼, 전쟁 후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 재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현재까지 터널 약 800개를 확인했지만, 실제 터널 네트워크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터널을 침수시키기 시작하면 하마스 대원과 인질들까지 몇 주에 걸쳐 지하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을 전원 석방하기 전에 펌프 사용을 고려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 관계자는 “터널과 주변 지형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성공적일지 확신할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터널에서 바닷물이 어떻게 배수될지 모르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미칠 환경 영향도 우려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터널 투과성이나 토양에 얼마나 스며들지 정도가 명확하지 않아 영향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존 알터먼 수석 부소장은 “해수 펌프질이 기존 상하수도 시설이나 지하수 매장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렵다”며 “인근 건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알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 비영리 평화기구 팍스에서 전쟁이 중동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빔 츠바이넨부르크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이 식수 등으로 사용하는 대수층은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염분이 높아지고 있으며, 담수화 시설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터널 침수 계획이 이미 오염된 토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터널에 저장된 유해 물질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고도 했다.
IDF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 관련 “IDF는 다양한 군사 및 기술 도구를 사용해 하마스의 테러 능력을 해체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