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냉랭해지자, 대만이 인도와 새로운 우호관계를 형성하며 이득을 얻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차이잉원이 대만의 첫 여성 총통으로 선출됐을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중국 본토와의 관계를 의식해 취임식 참석을 위한 공식 대표나 국회의원을 보내지 않았다.
4년 후,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후, 정치적 고려 사항이 변했다고 판단한 모디 총리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감안해 인도 국회의원 2명을 파견했다.
당시 인도 사절단이 차이 총통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자, 중국은 국제 사회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을 요구했다.
거의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중국이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는 대만과 인도 사이의 비공식적인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고 SCMP가 짚었다.
여러 조치를 통해 인도와 대만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깊어져 왔다. 2001년 1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하던 인도·대만 양국간 무역은 2021년 70억 달러로 급증했다. 올해 7월에는 실질적인 대만 영사관 격인 타이베이 경제문화판사처가 인도에서 세 번째로 뭄바이에 문을 열었다.
대만 전자 제조 업체이자 미국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은 중국 본토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근 인도에 16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인도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무역과 투자 이외에도, 노동 협상도 임박했다고 한다. 지난 달, 대만 노동부 장관은 인도 국민들이 일자리를 위해 대만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확히 몇 명의 노동자들이 허용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만은 중국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총 노동자 수가 약 10만명이 될 것이라는 이전의 보도를 부인했다.
또 11월에는 대만 교육부 차관이 인도의 여러 대학에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해 양국 사이의 교육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인도와 대만의 협력은 방위 대화로도 확대되면서 중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 8월 3명의 전직 인도 군 고위 관리들이 포함된 5명의 대표단이 타이페이에서 대만 당국에 의해 열린 안보 대화에 참석했다. 당시 대표단은 ‘비공개’ 방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안보연구소와 ‘밀실 회담”이 이뤄졌다고 SCMP가 전했다.
대만에 기반을 둔 인도 언론인이자 작가인 수밤 팔은 현재 인도와 중국 사이의 불안을 야기한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면, 2020년 6월 국경 분쟁에서 최소 20명의 인도군과 4명의 중국군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궁극적으로 인도의 중국 정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며 2020년 국경 분쟁 관련 무력 충돌 이후로 “인도가 대만이 다양한 수준에서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도가 외교 관리들의 중국어 학습 훈련을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완전히 이전한 해도 2020년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인도 시바 나다르 대학의 자빈 자콥은 인도와 대만의 관계는 “먼저 공통의 경제적 이익이 증가한 다음 정치적 또는 전략적 이익이 증가하는 것을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자콥은 또 “대만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다각화하고, 인도와의 국경 뿐만 아니라 대만과의 국경에 대한 중국의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인도와 대만은 자연스럽게 서로 더 많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