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한 예산안이 미국 의회에 발이 묶인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를 건너뛰고 이스라엘에 탱크 탄약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조항을 발동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미 국무부 관료와 의회 관계자 등을 인용해 국무부가 이스라엘에 탱크 탄약을 판매하기 위해 무기수출통제법 긴급 조항을 발동했다고 보도했다.
외국 무기 판매에 필요한 의회 검토 절차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의회가 이를 막을 권한은 없다.
해당 무기는 1억6000만여달러 상당 탱크 탄약 1만3000발로, 국무부는 지난 8일 오후 의회 위원회에 이스라엘이 주문한 탱크 탄약 관련 의회 비공식 검토가 끝나지 않았지만 1만3000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국방부는 다음날 오전 판매 사실을 게시하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8일 의회에 “즉각적인 판매가 필요한 비상사태”라고 알렸다고 언급했다.
국무부가 중동으로 무기 수출을 위한 긴급 조항을 발동한 건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9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한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해 2022년 이후 최소 두 번 이상 긴급 조항을 사용했다.
다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이스라엘에 의회 검토 없이 무기를 지원하면서 국내외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국 행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조건 없는 무기 지원에 반발하며 사임한 전 국무부 무기 판매 담당자 조시 폴은 “미국이 가자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자 한다는 블링컨 장관의 반복적인 주장에 진정성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탱크 탄약 총 4만5000발을 주문했으며, 이번에 긴급 조항 발동으로 우선 판매되는 건 일부다. 총주문 금액은 5억달러가 넘으며, 전체 주문에 대한 무기 판매는 미 의회 2개 위원회에서 비공식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과정에서 위원들은 무기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가 승인하면 국무부는 의회에 무기 판매를 공식 통보한다.
민주당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메릴랜드)은 NYT에 보낸 성명에서 “의회는 대규모 무기 판매를 검토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며 “의회 검토 기간을 단축하기로 한 행정부의 결정은 투명성을 훼손하고 책임성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