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 피의자인 10대 남녀가 “낙서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이들에게 범행을 의뢰한 ‘배후’도 엄벌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임모(17)군과 김모(16)양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께 경복궁 영추문 등 3개소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적은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훼손 범위는 44m에 달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원불상의 A씨로부터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낙서할 장소와 문구도 이 의뢰자가 지정해 줬다고 한다.
이 의뢰자는 범행 전 두 차례에 걸쳐 5만원씩 총 10만원을 임군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문화재 훼손 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으로, 낙서 실행자 뿐 아니라 범행을 의뢰한 배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그런 의뢰가 사실인지 또 그게 실제 범행 동기인지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복궁에 적힌 불법 영상 홍보 사이트와의 관계성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 배후로 지목된 불상자 A씨에게도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형법 제31조1항에 따르면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금품을 빌미로 범행을 제안하는 경우, 그 사안이 중대하다면 범행을 제안한 사람도 실제 범행을 저지른 사람과 형량이 같다”라며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인데, 이 경우 형량이 징역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센 편”이라 “실제 배후범이 있고 또 금전거래까지 이뤄졌다면 그에게는 비슷하거나 더 높은 형량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의 진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런 제안을 했다는 문자나 실제 금품을 주고 받은 계좌 내역 등 증빙 자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금 이 사건은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 손괴 혐의 등으로 상당히 중한 범죄”라며 “그런데 임군과 김양의 진술대로, 누군가 돈을 빌미로 범행을 제안했던 것이라면 처벌 수위는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더라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문자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또 흘리듯이 말하는 게 아니라 ‘낙서하면 돈 줄게’라는 확언을 했어야 혐의가 입증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상원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실제 돈을 준다는 말을 했더하더라도 물증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한다”라며 “즉 금전 거래 내역이나 문자 등을 확보해야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부터 임군과 김양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은 체포영장 시한(48시간)이 만료되기 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