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니얼 퍼거슨(59) 하버드대 교수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실패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퍼거슨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탈레반, 푸틴,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퍼거슨 교수는 “미래 역사학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요약한다면 ‘억지력에 매우 나빴다’고 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망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키이우 방어에 성공하자 무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길 만큼의 무기는 공급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에 큰 위험을 초래했다”며 “지난해 우크라이나 상황이 정말 좋았을 때 휴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서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우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이 이념적, 기술적,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경쟁하는 냉전 시대에 살고 있다”며 “유럽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만큼 유럽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완전한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한다면 유럽도 전략적 자율성을 찾게 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퍼거슨 교수는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인간의 인지 능력을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퍼거슨 교수는 “AI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파괴할 것이며, 우린 매우 게으른 종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며 “아이들을 거대언어모델(LLM) 없이 교육하지 않으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GPT를 통해 사고를 대신하게 될 텐데, 이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우리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계에 맡겨 논증을 구성하는 능력을 상실하면, 인류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그게 더 큰 두려움이다”라고 거듭 우려했다.
퍼거슨은 미국과 중국의 양국 체제를 일컫는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의 합성어 ‘차이메리카'(Chimerica)를 처음 사용한 영국 경제사학자로, ‘콜로서스’, ‘금융의 지배’, ‘문명’ 등 저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