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유대주의에 대한 모호한 입장으로 거취 압박에 시달리던 하버드대 총장이 결국 사임하기로 했다. 학교 이사회는 재신임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 논문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자 백기를 든 모양새다.
2일 CNN에 따르면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구성원들과 상의한 결과 제가 사임하는 것이 특정 개인보다는 기관에 초점을 맞춰 우리 커뮤니티가 특히 도전적인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 하버드에 최선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게이 총장은 지난해 7월 총장에 취임, 386년 학교 역사상 첫 번째 흑인이자 두 번째 여성 지도자가 됐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임기를 마치게 됐다.
그는 지난달 5일 미 하원 교육위원회에 청문회에 출석, 교내 일부 유대인 학살 주장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거론해 논란이 됐다. 이후 교내 신문을 통해 사과했으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고조됐다.
사퇴에 반대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수백명의 동료 교수들과 수천명의 졸업생들이 지지 의견을 표했다. 하버드대 이사회는 지난달 11일 논의 끝에 게이 총장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차 사퇴 압박이 고조됐다.
문제가 된 논문은 1997년 발표된 것으로, 하버드대는 지난주 해당 논문을 검토한 결과 “몇 가지 부적절한 인용 사례를 발견했지만 하버드의 연구 부정행위 관련 기준을 위반한 건 아니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교육위 차원에서 조사가 예고되며 논란이 지속됐다.
게이 총장은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2006년부터 아프리카 정부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연구 등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