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진 미국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란히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두 전현직 대통령 모두 첫 프라이머리를 무난히 승리로 장식해 당내 입지를 굳혔고, 2020년에 이어 본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트럼프, 아이오와 압승 이어 뉴햄프셔도 점령
AP통신은 이날 프라이머리가 종료된 직후인 오후 8시께 자체 분석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CNN을 비롯해 ABC, NBC 등 주요 언론들도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전당대회)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기에 초반 경선지 두 곳에서 모두 이겼다.
특히 뉴햄프셔주는 아이오와에 비해 무당층 비율이 높고, 경선도 코커스가 아닌 프라이머리 방식이라 승리가 쉽지 않았음에도 결국 결과를 냈다.
‘대선 풍향계’로 꼽히는 두 지역을 모두 섭렵해 당내 유력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CNN과 ABC 등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 역사상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연이어 승리한 후보는 예외없이 최종후보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경쟁 상대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아이오와 참패를 뉴햄프셔에서 뒤집으려 했으나,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경선 초반에 불과하고, 본인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당 안팎에서 사퇴압박이 높아질 전망이다.
바이든, 인쇄용지 이름 없이도 승리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는 투표용지에 이름도 인쇄되지 않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며 가장 유력한 당내 후보입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올해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먼저 경선이 치러지던 뉴햄프셔주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데뷔 무대로 삼으려 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뉴햄프셔주에서 8.4%를 득표해 5위에 그치는 굴욕을 겪었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던 기억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뉴햄프셔주는 법으로 첫 번째 프라이머리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경선 투표용지에는 바이든 대통령 이름이 빠졌고, 대부분 인지도가 높지 않은 21명의 이름만 인쇄됐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투표용지 마지막 줄의 ‘단기명 투표(write-in)’ 란에 이름을 적는 방식의 경선 참여를 독려해왔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주효했다. 주요 언론들은 일찍이 바이든 대통령을 승자로 선언했다.
레이 버클리 뉴햄프셔 민주당 의장은 이날 “투표용지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이 없음에도 화강암 주(뉴햄프셔의 별칭)의 주민은 바이든 행정부의 위대한 업적에 강력한 지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권주자로서의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트럼프·바이든 재대결 필연적”…80대 안팎 대결
AP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손쉽게 이기면서 당내 경선레이스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11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도 더 필연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란히 최종후보가 되면 4년전과 똑같은 인물들이 대권경쟁을 벌이게 된다.
차이점은 당시에는 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의 대결이었다면, 올해는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 본선에서 맞붙은 것은 1892년 벤저민 해리슨(공화당) 당시 대통령과 그로버 클리블랜드(민주당)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당시에는 두 후보 모두 70대였으나, 이제는 80대를 바라보고나 이미 접어들었다는 점도 차이다. 194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만 81세, 1946년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 77세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대부분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을 원치 않는다”면서 “80살 먹은 후보를 먼저 은퇴시키는 당이 이번 선거를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