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건물 화재로 76명이 사망한 참사에 대해 한 남성이 범행을 자백했다.
23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한 남성(29)이 진상 조사에서 “사건이 발생한 날 건물 지하에서 남성 1명을 구타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숨진 남성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이어 한 탄자니아인 마약상에게 어떤 남성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아서 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23일 남성을 체포했다. 그는 76건의 살인, 120건의 살인 미수, 방화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방화범은 지난해 8월31일 요하네스버그 중심상업지구의 한 5층 건물에서 화재를 일으켜 어린이 사망자 12명을 포함한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
이 화재 참사는 요하네스버그의 ‘건물 점령’ 문제를 상기시켰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1954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본래 요하네스버그의 소유였지만, 1994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 철폐 후 수백 명의 빈곤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거주해왔다.
실제로 이 건물의 거주자 상당수는 남아공에 불법 체류 중이던 외국인들이었다. 현지 언론은 참사 당시 인근 주민 인터뷰를 인용, 사망자 중 최소 20명은 말라위, 5명은 탄자니아 출신이라고 전했다.
이에 AP통신은 “남아공 당국은 ‘건물 점령’을 막는 데 무력하다”고 비판했다.
열악한 건물 내부 환경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건물의 구조는 잔혹하고 무섭다”고 보도한 바 있다. 건물 내부가 ‘쪽방’으로 촘촘히 나눠져 미로와 같아 주민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하네스버그엔 600개 이상의 버려진 건물들이 있다. 이 건물들을 무단 점령한 지역 갱단은 더 많은 임차인을 받기 위해 가벽을 설치해 쪽방을 만들었다. 화재 건물에도 80여개의 쪽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