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우승 로드맵이 나왔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컵을 향한 구체적인 여정이 본격화하게 됐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을 치른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 E조를 2위로 통과했다.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했으나, 20일 요르단전과의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그리고 25일 말레이시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3-3 무승부에 그치며 1승2무(승점 5)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 1960년 제2회 대회 이후 64년만의 우승을 노린다. 조별리그는 다소 힘겹게 통과했지만 목표는 변함이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 2위 16강을 확정한 뒤 “당연히 우승은 가능하다”며 부진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대진표 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최종 성적이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별개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조 1위로 올라갔다면 D조 2위를 기록한 일본을 만난다. 누구보다 껄끄러운 상대인 만큼 가능하다면 피하는 것이 우승을 노리는 데 유리하다.
일본을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하게 되면 한국이 유독 약했던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컸는데, 결승까지 이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조 2위로 올라 16강에서 만나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마냥 편한 상대는 아니다. ‘명장’ 로베르트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으며, 카타르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홈 분위기에서 뛸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꺾는다면 호주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경기의 승자를 만나게 된다.
신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에 진출시켰으나, 호주와는 전력 차가 크다.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활용한 축구를 구사하는 호주에 비해 인도네시아는 전력이 약한 편이다.
한국은 지난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당시 호주를 결승전에서 만나 1-2로 패해 준우승에 그친 악연이 있다.
전반 막바지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득점하지 못해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이 골을 넣으며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연장전반 15분 결승골을 내주며 패배했다.
그때 호주를 이끌고 한국을 무너트린 감독이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을 이끌며 손흥민과 사제의 연을 맺은 엔제 포스테코글루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경기의 승자까지 물리치게 되면 4강에 진출한다. 준결승에서는 타지키스탄-아랍에미리트(UAE) 경기와 이라크-요르단 경기의 승자가 맞붙게 되는 8강전 승리팀을 만난다.
전력만 놓고 보면 파울루 벤투 전 한국 감독이 이끄는 UAE나 이라크가 8강전에서 붙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무사히 4강에 오르게 되면 이 경기의 승자를 만나게 된다.
FIFA 랭킹이나 객관적 전력을 놓고 봤을 때 한국에 크게 위협적인 팀들은 아니다. 다만 UAE를 지휘하고 있는 벤투 감독이 바로 직전까지 한국을 이끌었던 만큼 누구보다 한국 축구를 잘 안다는 건 클린스만호에 약점이다.
이라크는 좋은 신체조건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조별리그 상대를 괴롭혔다. 특히 일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두는 등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준결승에서 또 한 차례 더 승리하면 대망의 결승에 오른다. 일본, 이란, 카타르 등이 마지막 경기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이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토너먼트 특성상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는 강팀다운 흐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사르다르 아즈문(AS 로마), 메흐디 타레미(FC포르투) 등 유럽 정상급 투톱을 바탕으로 파괴력 있는 경기력을 자랑한다. 또 중동 국가답게 많은 팬들의 지지를 안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카타르도 위협적이다. 홈 어드밴티지 뿐 아니라 아크람 아피프라는 발 빠른 공격수를 앞세워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 능한 팀이다.
토너먼트에 오른 이상 클린스만호는 구체적인 계획과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만 우승까지 닿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당장 앞두고 있는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클린스만호의 핵심 미드필더인 황인범은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이제는 토너먼트다. 이런 작은 실수들이 나오면 짐을 싸서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 내부적으로도 더 신경을 써서 더 책임감을 갖자고 얘기했다”며 집중력 강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