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마지막 도시 라파에 대한 총공격을 예고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피란민들이 다시 북쪽으로 ‘역피란’ 행렬에 오르고 있다.
이미 가자지구 북부에서부터 이곳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가자지구 중·북부 지역에서 거처를 찾고 있다. 피란민들이 몰리면서 텐트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라파는 이집트 국경과 접한 가자지구 최남단 소도시다. 전쟁 전 인구가 17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도시였지만, 전쟁 이후 가자지구 전역에서 피란민이 모이면서 150만명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쟁 초기 가자지구 북부 작전에 주력했던 이스라엘군은 차츰 남하하기 시작, 지난주 가자지구 마지막 피란처인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겠다며 예고했다.
지난 12일엔 라파에 억류된 인질 2명을 구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공습으로 최소 67명이 사망했다.
라파 외곽 텐트촌에 머물고 있는 피란민들은 이스라엘의 총공격 예고에 다시 가자지구 중부나 북부 지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딸을 데리고 남편과 피난 중인 안와르 알라이(48)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약 일주일 전부터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며, 가자지구 중서부 지역에 사는 모든 지인에게 연락해 피란처를 찾고 있다고 호소했다.
샤디 아사드(32)도 중부 지역 데이르 알발라 지역으로 피란하기로 했다며, 필사적으로 텐트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et's call it for what it is …. An extermination. Stop pussyfooting around Nazirael's intentions. This is their end game.#SuperBowlMassacre #RafahMassacre#GazaMassacrepic.twitter.com/yKqt21Jqux
— Kathy (@Katnow123) February 12, 2024
그간 자선 단체는 피란민들에게 텐트를 무상으로 제공해 왔지만, 부족한 자원과 넘쳐나는 수요로 현재 시장에선 개당 최대 1000달러(약 13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칼 유니스 북부 출신인 라미 무하마드(32)와 그 가족들은 라파까지 피난 왔지만,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데이르 알발라 지역 난민촌에 자리를 잡았다. 임시 텐트에서 생활 중인 그는 “물가가 치솟아 기본 텐트조차도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총공격 예고 이후 현재까지 본격적인 공격을 개시하진 않았다. 카타르와 이집트, 미국 중재로 마련된 ‘6주 휴전안’은 하마스가 영구 휴전을 골자로 한 역제안을 내놓은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선 최소 2만8473명이 사망하고 6만8146명이 부상당했다.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은 집계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질 253명이 납치됐으며, 이 중 130명가량이 하마스에 억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