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은 진심이었다. 아직 기량이 충분할 때 한화 이글스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다년 계약을 제시한 팀도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현진은 23일 오전(한국시간) 인천공항을 통해 한화의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앞서 한화는 지난 22일 류현진과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원 규모다. 잔여 계약을 파기하고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 될 수 있는 옵트아웃이 포함된 계약이며 세부 옵트아웃 내용은 양측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12년만에 친정팀 복귀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류현진은 2012시즌까지 뛴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고,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2022년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14개월간 재활에 매달렸지만, 지난해 8월 복귀해 빅리그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전성기 만큼 구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칼날같은 제구력과 노련함을 앞세워 빅리그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 때문에 류현진의 MLB 잔류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좀처럼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류현진은 결국 한화 복귀를 택했다.
류현진은 “MLB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고 난 뒤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 다년 계약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다년 계약 제안을 수락하면 거의 40세가 다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어 강력하게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11년간 MLB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MLB에 대한 미련은 없다”며 “11년간 투수가 할 수 있는 수술은 다 했는데 이후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이 위안이다. 빨리 지나갔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말에 “많다”고 답한 류현진은 “월드시리즈(2018년)에서 던졌던 것, 완봉(2019년·2021년), 평균자책점 1위(2019년) 등이 떠오른다. 수술했던 많은 날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총액 170억원은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최고액은 2022시즌 뒤 포수 양의지가 두산 베어스와 FA 계약을 맺을 때 기록한 152억원(4+2년)이었다.
그러나 더욱 눈길을 끈 것은 계약기간이었다. 8년을 채우면 류현진은 만 44세가 된다.
이럴 경우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KBO리그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현재 투수 송진우가 2009년 9월 23일 대전 LG 트윈스전에 등판하며 세운 43세 7개월 7일이 KBO리그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이다.
류현진은 “계약기간이 8년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손혁 단장님께 이야기를 들으니 납득이 되더라”며 “책임감이 생긴다. 8년을 채우면 최고령이 될 수 있는데 무척 영광스럽고 자부심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8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우승이다. 그 외에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류현진, 문동주,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로 이뤄진 1~4선발이 든든하다.
류현진은 “올해 첫 번째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팀이 베테랑 선수를 많이 영입했고, 지난해에는 FA도 많이 왔다. 지난해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 올해 더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며 “목표는 가을야구와 건강하게 뛰는 것 뿐이다. 건강하게 뛴다면 150이닝 이상은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2024시즌이 끝난 뒤인 올해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열린다. 한국으로 돌아온 류현진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지도 관심사다.
류현진은 “선수로서 대표팀의 부름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뽑아주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경기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