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스마트TV 업체 비지오(Vizio)를 인수하며 TV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미국 TV 시장은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며 유료 구독 시장이 침체하고,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이른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시장이 커지고 있다.
월마트는 보급형 스마트TV 업체인 비지오를 ‘광고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TV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월마트는 20일 발표한 회계연도 기준 4분기(11월~1월) 실적발표를 통해 비지오를 23억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비지오는 스마트 TV와 사운드바 등을 생산하는 가전업체로, 월마트와 월마트 계열사를 주요 유통채널로 삼아 제품을 판매해 왔다.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이번 인수를 통해 광고 사업인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의 성장을 가속할 것으로 본다.
월마트 커넥트는 2021년 1월 선보인 리테일 미디어 서비스로, 월마트는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내 디스플레이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월마트 광고사업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 이어 스마트TV 플랫폼을 통해서도 광고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 사업 영역이 가정 내 TV로 확장되는 것이다.
월마트 TV 사업 확장…韓 TV 업계, 발등의 불
월마트의 비지오 인수는 현지 TV 브랜드 1위인 삼성전자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월마트는 ‘ONN’이라는 저렴한 ‘PB(자체 브랜드)’ TV 상품을 현지에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켰다. 이 TV는 65형이 398달러에 불과해, 대기 수요까지 있다. 가격 공세를 앞세워 ONN은 TCL, 비지오, LG전자, 하이센스 등을 제치고,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 자리까지 올라갔다
월마트는 이번 합병을 통해 콘텐츠도 강화할 예정이다. ONN TV는 현재 미국 최대 FAST 플랫폼인 ‘로쿠’의 운영체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비지오의 ‘스마트캐스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라이선스 비용이 필요하지 않아 광고 수익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비지오와 협력 중인 다수의 광고 파트너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향후 비지오가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ONN과 비지오의 협력으로 월마트는 글로벌 TV 출하량에서 상위 5위 안에 들 수 있다”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미국 최대 TV 브랜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 업체들은 이번 합병으로 중국은 물론 미국 업체들의 추격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 TV 교체 수요가 앞당겨지고, 이후 나타난 고물가로 인해 TV 시장은 출하량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삼성TV플러스’, ‘LG채널’이란 이름으로 FAST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또 스마트 모니터, 프로젝트 TV 등 제품군 다양화로 TV 시장 부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