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영국의 지원을 약속한 ‘밸푸어 선언’의 당사자인 아서 제임스 밸푸어(Arthur James Balfour, 1848∼1930) 전 영국 총리의 초상화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의해 훼손됐다.
8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친(親) 팔레스타인 단체 ‘팔레스타인 행동(Palestine Action)’은 성명을 내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에 걸려있는 밸푸어 초상화를 훼손했다”고 발표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영상엔 시위자가 초상화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칼로 그어 훼손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초상화는 화가 필립 드 라슬로(Philip Alexius de László)가 1914년에 그린 작품이다.
밸푸어는 1902년~1905년 보수당 소속으로 영국의 총리를 지냈던 정치인이다. 이후 외무장관이었던 1917년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한 ‘밸푸어 선언’을 내놨다. 이 선언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행동’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밸푸어 선언이 발표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어야 했던 유혈사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밸푸어 선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의 길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BREAKING: Palestine Action spray and slash a historic painting of Lord Balfour in Trinity College, University of Cambridge.
Written in 1917, Balfour’s declaration began 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 by promising the land away — which the British never had the right to do. pic.twitter.com/CGmh8GadQG
— Palestine Action (@Pal_action) March 8, 2024
밸푸어의 모교이기도 한 트리니티 칼리지 대변인은 “일반 공개 시간에 아서 제임스 밸푸어의 초상화가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관련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내 경찰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영국 정치권도 이번 사건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는 SNS를 통해 “무자비한 반달리즘(Vandalism, 문화유산이나 예술·공공시설·자연경관 등을 파괴·훼손하는 행위) 행위에 경악했다”고 비판하며 “가해자들은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