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8일(현지시각)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를 연장하지 못함에 따라 대북제재 이행 감시 첨병 역할을 하던 전문가 패널이 15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됐다.
유엔 대북이행 제재의 폐쇄회로(CC)TV 역할을 해온 전문가 패널이 사라지면서 제재 사각지대는 한층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는데, 15개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음에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 패널은 내달 30일 종료되는 임기에 맞춰 해체될 예정이다. 아직 임기 만료까지 시간은 남아있으나, 러시아가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회담을 기점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했고, 특히 군사분야에서 밀착이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위해서는 전체 대북제재에 1년의 일몰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패널 임기 연장을 목표로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우리정부는 보고있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직후 안보리 결의에 따라 출범했다. 공개적이고 강력하게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하면, 북한의 무기 개발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전문가 패널은 매년 두차례 보고서를 통해 꾸준히 제재 이행 허점을 파악하고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례로 2022년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2018년 3월 철거한 풍계리 핵실험장 실험 갱도 및 관련 건물 등 인프라를 재개방하면서 핵실험 준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6년간 가상자산 관련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이 30억달러가 넘으며, 무기 개발 자금의 40%를 불법적인 사이버 활동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전문가 패널의 공백은 대북제대 이행의 사각지대를 키울 것이 자명하다. 전문가 패널처럼 정기적으로 심도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당장 없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가 나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도 전문가 패널 보고서 만큼의 공신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문가 패널이 “독립적인 분석에 기반한 사실을 제공하고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권고를 제공하는 최고의 기준(gold standard)이었다”며 “북한은 무모한 행동과 불안정한 도발을 더욱 대담하게 감행할 것이며, 한반도 평화 지속에 대한 전망은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도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여러 결의에서 일관된 대북제재의 수호자(guardian)를 해산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CCTV를 파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