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에서 일하는 캠린 그레이(24·여)는 개기일식을 본 지난 8일 오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생애 첫 개기일식을 ‘직관’하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부터 한달음에 오하이오로 달려왔다.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어려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네요.” 달이 태양을 품은 4분 남짓 찰나에 그는 온통 개기일식에 사로잡혔다.
같은 날 전업주부 캐슬린 놀런(64·여)은 남편 댄의 손을 잡고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댈러스로 원정길에 올랐다. 7년 전 미주리에서 경험했을 때처럼, 그는 도시의 백주대낮이 어둠으로 빠져드는 순간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다. 달이 ‘차양막’을 놓자 그는 “우리가 실제로 얼마나 작은지 실감했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개기일식 현상이 나타난 미국 각 주는 그레이와 놀런처럼 개기일식을 즐기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이들로 북적였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4400만명이 사는 댈러스 등 도시에 먼 나들이를 온 이들로 호텔과 항공편이 매진되고 도로가 마비됐다.
개기일식 경로 속한 도시, 원정 온 이들로 ‘북적’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 이후 7년 만에 ‘방미’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당초 같은 지역에는 375년 만에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돌연변이’ 일식에 이들 도시가 온통 들썩이는 이유다. 외신을 종합하면 일식은 태평양에서 시작해 멕시코 마사틀란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주 버펄로, 뉴욕주, 오클라호마주, 아칸소주를 가로질러 캐나다까지 주요 도시를 훑었다.
외신이 개기일식 경로를 공개하자 당국을 포함해 주 관계자들은 방문객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개기일식이 관통하는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댈러스에는 트리니티강을 따라 피크닉 담요가 깔려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됐다. 오스틴 뱀파이어 위크엔드는 오스틴의 무디 원형극장에서 공연을 펼쳐 수천 명과 춤을 췄다.
‘핫 스팟’인 댈러스 동물원도 인산인해였다. 텍사스 갈랜드에 사는 셸리 로빈스(52·여)는 “일식이 온다는 것을 듣고 겸사겸사 하마를 보기 위해 댈러스 동물원으로 왔다”고 했다. 로빈스와 함께 온 제시 에버렛(29·여)도 “동물원이 어둠 속에 빠져들었을 때 코끼리 앞에 인파가 몰려 들었다”고 했다.
원정길에 오른 이들 덕에 숙박업소도 포화 상태였다. 말릭 에반스 로체스터 시장은 “거의 모든 호텔 방이 거의 다 팔릴 지경”이라며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돈과 시간을 써서 우리 시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짐 디오다티 나이아가라 폭포 시장도 “코로나19 이후 국제 관광이 줄어든 도시에 이번 행사는 호재”라고 했다.
웨딩드레스·열기구…이색 현장 눈길
결혼식을 올려 순간을 더욱 뜻깊게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개기일식이 지나는 곳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지역에서는 ‘3분45초’ 동안 야외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잭 호럴과 콜란 맥컬럼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하객 75명과 함께하며 “이 중요한 천상의 행사를 제 결혼식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미주리에서는 열기구를 이용해 대규모 결혼식을 열었다고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다음 개기일식은 2026년 8월12일에 스페인과 아이슬란드 하늘에 뜰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북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나타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35년 9월께 보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미국에는 2044년 8월께 다음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