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매는 정말 의도치 않게 이뤄졌습니다. 4333달러나 되는 구매 금액에 확인이나 비밀번호 입력 절차 등이 없는 앱은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귀사의 그 멍청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적도 없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20년 테슬라에 보낸 메일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테슬라는 모바일 앱으로 차량 업그레이드를 구매할 수 있는데, 앱이 잘못 눌려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업그레이드가 결제된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테슬라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테슬라는 ‘결제 화면에 업그레이드 환불 불가 문구가 있다’며 거부했다.
문제는 이 환불 불가 문구가 사용자가 매우 알아보기 어렵게 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다크패턴의 여러 유형 중 ‘시각적 방해’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페이지에서 보일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내용을 숨기는 행위다.
책 ‘다크패턴의 비밀'(어크로스)의 저자 해리 브리그널은 2010년 ‘다크패턴’을 처음 정의해 공론화했다. 다크패턴이란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 숙박 예약 사이트부터 대선 후보 후원금 모금까지, 온라인 비즈니스가 트릭을 설계하고 사용자를 현혹하는 방법을 낱낱이 공개한다.
색상대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메시지를 놓치거나 스크린의 글을 꼼꼼히 보지 않고 훑어보기로 읽는 인간의 지각적 특징부터, 디폴트 효과·앵커링·프레이밍·사회적 증거·희소성 효과·매몰 비용 오류 등 인지 편향을 일으키는 심리적 특성까지 다룬다.
특히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고 편향된 사고와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행동과학과 인지과학 연구 결과가 눈부신 기술 발전과 결합하면서 어떻게 악용되는지 밝히고 선진국의 다크패턴 관련 법률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