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미국 진출로 화제를 모았던 ‘바람의 가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이 나란히 시련을 맞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구단은 31일(한국시각) 투수 숀 앤더슨을 영입해 40인 로스터(선수 명단)에 등록하면서 고우석을 방출대기(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처했다.
방출대기가 됐다는 건 구단에서 고우석을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했다는 의미다. MLB트레이드 루머스는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는 건 MLB 수준에서 그가 기여할 가능성을 작게 봤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짚었다.
방출대기가 된 고우석은 영입 의사를 가진 타 구단이 나타나면 곧바로 이적할 수 있다. 일주일간 영입을 제의하는 구단이 없으면 마이애미 구단의 마이너리그 선수로 남거나, 방출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FA가 되면 국내로 복귀할 수도 있다. 고우석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국내로 돌아오려면 원 소속팀인 LG 트윈스와 계약해야 한다. 다만 미국에 진출하며 임의해지 처리된 고우석은 올 시즌 내 KBO리그에 복귀할 수 없다.
고우석은 지난해까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지난 시즌 LG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더 큰 꿈을 품은 그는 지난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9억6000만원)에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시범경기서 6경기에 나와 1홀드를 올리는 동안 2패 평균자책점 12.60으로 부진했다.
결국 개막 로스터(선수 명단)에 탈락해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 A에서 시즌을 출발했다. 더블 A에서는 10경기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지난 5일에는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와 마이애미의 4대1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포함한 선수 4명을 내주고 루이스 아라에스를 받았다.
고우석은 이적 후 마이애미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7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작성했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빅리그 진입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보다 냉혹했다.
올해 빅리그에 뛰어든 이정후도 앞서 아쉬운 데뷔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57억7000만원)에 사인한 이정후는 올해 팀의 1번 타자 중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부상에 주저 앉았다.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수비 중 담장에 부딪혀 왼쪽 어깨 탈구 부상을 입었다. 어깨 수술을 결정하면서 이번 시즌 내 복귀가 어려워졌다.
이정후는 올해 37경기에서 타율 0.262, 2홈런 8타점 15득점을 기록했다.
나란히 빅리그 도전에 나섰던 이정후와 고우석은 처남과 매제 사이다. 지난해 1월 고우석은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 이가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오랜 친구였던 고우석과 이정후도 한 가족이 됐다.
둘이 같은 시기에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 문을 두드리면서 미국에서도 ‘바람의 가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이정후는 개막 두 달여 만에 부상으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고우석은 빅리그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