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한인여성이 다운타운 한 복판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정씨는 지난 2일 다운타운 8가와 피게로아에서 오전 출근을 위해 걷던 중 갑자기 다가온 히스패닉 남성이 정씨를 밀쳐 길바닥에 팽겨쳐졌다. 인도여서 다행이지 도로로 밀렸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히스패닉 남성은 이후 인근 스마트 앤 파이널 매장으로 들어갔고, 정씨는 휴대폰을 꺼내 매장으로 따라 들어가 사진을 찍는 기지를 발휘했다. 매장안에서 다툼이 이어졌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많아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후 정씨는 전화해서 급히 달려온 남편과 함께 올림픽 경찰서를 찾아 신고하기 위해 대기했다. 증오범죄로 그리고 묻지마 폭행으로 신고하기 위해, 상황 설명도 준비하고, 휴대폰 사진도 다시 확인했다. 최근 아시안 증오범죄가 크게 늘었다고 했지만 내가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정씨는 부들부들 온 몸이 떨렸다.
올림픽 경찰서 대기실에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1시간 30분을 기다린 후 돌아온 답변은 “우리 관할이 아니니 센트럴 디비젼으로 가라” 였다.
급한 마음에, 최근 증오범죄 급증으로 올림픽 경찰서를 찾으면 쉽게 신고될 줄 알았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경관이 있어 많이 도와줄 것이라 기대했다. 아니었다.
정씨 부부는 센트럴 디비전을 찾았지만 역시 오랜 기다림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늦은 오후시간이 되어 직접 신고를 하지 못하고, 전화로 케이스를 신고했다. 그리고 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연락도 없다.
정씨 부부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씁쓸하다”라며 “꼭 사람이 병원에 실려가고 그래야 신고를 받아주는 것이냐?”라고 반문하고, “그 히스패닉 남성이 나중에는 더 심한 폭행을 할 수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출근길에서 또 마주칠까 겁난다고 덧붙였다.
정씨 부부는 한인회 등에도 문의할 계획이지만 공권력의 도움이 흐지부지해지자 신고할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가 증오범죄를 없앨 수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하면서 정작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신고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오늘도 정씨 부부는 함께 출근했다. 출근했던 남편은 직장에 잠시 양해를 구하고, 10시에 출근하는 아내를 직장 바로 코 앞까지 데려다준 뒤 돌아갔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