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수준의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미국 정계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잠재 후보군에 이목이 쏠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다양한 인물이 거론된다.
3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잠재적인 대체 후보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 출신의 50대 여성인 그는 이미 부통령으로 이번 행정부 기조를 숙지했다는 평가다.
자메이카·인도계 혼혈인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다. 미국 헌정사상 여성 최고위직으로, 2020년 대선 당시 백인 고령 남성인 바이든 대통령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비교적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이름도 잠재적인 후보로 오르내린다. 2019년부터 주지사직을 지낸 그는 2021년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해 주민 소환 투표 대상이 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61.88%의 지지를 얻어 오히려 주지사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민주당에서는 꾸준히 대선 잠룡으로 거론됐으며, 현재 56세로 역시 젊은 주자에 속한다. 다만 실제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해 대선에 나설 경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급증한 노숙자 및 높은 세율, 주거비 상승 등 현안과 관련해 해명하는 게 숙제가 될 수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역시 가능한 대안으로 언급된다. 현재 52세인 그는 해리스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과는 대비되는 젊은 여성이다. 정치적으로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에서 주의회 하원의원, 상원의원, 주지사를 역임한 노련한 정치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그의 정치적 커리어를 무시하며 “미시간에서 온 저 여자”라고 부른 적이 있다. 그러자 휘트먼 주지사는 오히려 해당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이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하얏트 호텔 체인 상속자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잠재적 후보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칭하며 뚜렷하게 날을 세웠고, 올해 대선 화두인 임신중절(낙태)과 총기규제에 관해서도 상당히 진보적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역시 재산을 꼽을 수 있다. 프리츠커 주지사의 추정 재산은 35억 달러(약 4조8328억 원) 상당으로, 미국 선출직 공무원 중 최대 부호 수준이다. 과거 주지사 선거에도 3억5000만 달러(약 4832억8000만 원)를 썼다고 한다.
이들 외에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직에 도전했던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코리 부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을 가능한 후보로 꼽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치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2024 대선 첫 TV토론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여 ‘참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그를 지지하던 진보 언론에서도 사설을 통해 후보 교체를 촉구하는 등 위기를 겪는 중이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이후 사적인 대화 자리에서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주말 동안 캠프데이비드를 방문했는데, 이곳에 모인 가족들 역시 대선에 완주하며 계속 싸우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