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는 ‘단식’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보다 단식을 멈추고 다시 음식을 섭취할 때 건강상 이점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체조직 손상을 복구시켜주는 줄기세포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 하지만 줄기세포가 신체복구를 위해 빠르게 분열하면서 암과 같은 종양 발생 위험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줄기세포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단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단식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수십년 간 꾸준히 이뤄져왔다. 단식이 일부 질병을 늦추고 실험용 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험적 근거들이 이미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러한 이점이 나타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단식과 줄기세포가 관련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식 중에 줄기세포들이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태웠고, 그 결과 쥐의 장내 손상을 복구하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장내 줄기세포는 장내벽의 유지와 재생을 담당한다. 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손상되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이를 계속해서 복구해줘야만 장이 정상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실험은 실험용 쥐를 ▲24시간 동안 단식하고 이후에도 계속 굶은 쥐 ▲24시간 단식 후 24시간 동안 음식을 제한 없이 먹은 쥐 ▲실험 기간 동안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쥐 등 3개 그룹으로 나눠서 조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장내 줄기세포는 단식 후 음식을 다시 먹은 쥐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 줄기세포들은 장 내벽을 복구하고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줬다. 세포가 성장·분열하는 데 중요한 ‘폴리아민’이라는 분자를 대량 생산하면서 재생력을 높였다.
연구진은 “우리는 그간 단식 자체와 단식 시간을 강조하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단식 후 재급식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한 재생력을 가지는 줄기세포가 암 발병률을 높이게 될 수도 있다. 강한 재생력은 결국 빠르고 지속적인 세포 분열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암세포의 특성 또한 빠르고 제어할 수 없는 세포 분열 현상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가 너무 많이 활성화되면 세포 분열이 기준 이상으로 과도해져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장내 줄기세포의 특성 중 하나가 다양한 세포로 바뀔 수 있는 ‘다분화 능력’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단식 후 재급식에 나선 쥐에게 암 유발 유전자를 활성화시켰을 때 단식을 하지 않은 쥐보다 장내 전암성 폴립(조직 덩어리)을 비롯한 종양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가 대장 염증이나 크론병 등에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위한 조정된 세포 재생 방법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연구 참가자는 아니지만 콜럼비아대학교의 줄기세포 생물학자 에마뉘엘 파세게 박사는 “재생에는 비용이 따른다. (단식의) 어두운 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만 이뤄진 만큼 인간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적용되는지, 적용된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스스로를 인간 임상 시험 대상으로 삼고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단식 후 재급식 기간이 세포 DNA를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기간 동안에는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추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즉, 단식 후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는 발암 가능성이 높은 정크푸드 등보다는 신선한 채소·생선 같은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줄기세포 재생효과의 이점만을 취하고 암 발병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