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성장 둔화에 부딪힌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중국 내 사업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서방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자금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 둔화와 수익 감소를 이유로 중국을 투자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고,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거나 통합하고 있다.
이는 중국 주재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306개 회원사를 상대로 한 연례 조사 결과 “향후 5년간 중국 사업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은 전년도 조사와 비교해 5%p 낮은 47%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 흑자를 기록한 미국 기업의 비중도 6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인 기업도 25%로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실시한 EU 상공회의소의 연례 설문조사에선 중국을 최고 투자처로 꼽은 응답자 비중이 15%에 불과해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엔 중국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 미·중 지정학적 긴장과 아시아 내 대체 생산지 부상 등이 있다”며 “중국에서의 수익률이 더 이상 다른 시장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8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 지분을 36억 달러(약 4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미국 IT 기업 IBM도 중국 내 연구소를 폐쇄하고 10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다. 이들은 중국 업체가 5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일본 혼다 자동차는 최근 중국 내 3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자발적 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했다. 혼다의 중국 내 판매량은 올해 2분기(4~6월)에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20만9000대에 불과했다.
한국 현대자동차도 중국 내 사업 재조정에 나서 2021년에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이듬해에 또 다른 공장을 폐쇄했다. 올해 1월에는 충칭 공장까지 2억2700만 달러(약 3021억8000만원) 이상에 매각했다.
현대차는 중국 대신 인도에서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또 매체는 중국 시장을 떠난 기업들이 인도나 베트남 등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소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짚었다.
기업들이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을 겨냥해 앞다퉈 중국으로 몰려들었던 10~20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다만 다국적 기업 대부분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매체는 강조했다.
앨런 가버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내수가 회복되면 중국은 다시 다국적 기업의 최우선 투자처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