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이 제3지대 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을 향해 ‘방해 입후보자(spoiler·스포일러)’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박빙 승부가 예고된 상황에서 스타인 후보가 얻고 있는 소수 지지가 선거 판도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11일(현지시각) 시작한 TV 광고를 통해 스타인 후보를 저격했다.
광고는 스타인 후보에 투표하는 것은 사실 트럼프 후보에 투표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타인 후보가 2016년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때 경합주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메시지를 담으면서 트럼프 후보가 스타인 후보를 선호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영상 속 트럼프 후보는 지난 6월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질 스타인, 나는 그녀를 매우 좋아한다”라며 “왜 그런 줄 아나. 그는 그들(민주당)로부터만 100% (표를) 가져간다”고 언급한다.
영상 시작부터 등장하는 스타인 후보 모습은 이내 트럼프 후보로 변하면서 이미지가 겹친다.
이 광고는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TV와 전국 케이블 뉴스에서 방영된다.
램지 리드 DNC 고문은 성명에서 “2016년과 마찬가지로 스타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없지만 누가 대통령직을 차지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면서 “유권자들은 해리스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인 후보는 지난 9일 여전히 대선 선거운동에서 이탈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소득 불평등 해소 등 진보적 의제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계속 드러냈다.
이튿날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해리스 선거캠프는 (대선에서 졌을 때 탓할 수 있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며 “그들은 지금 당장 정책을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끝내기보다는 선거 패배를 선택한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스타인 후보는 자유당 후보 체이스 올리버와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와 함께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수준을 기록했다. 거대 양당(민주·공화)을 제외하면 1% 안팎 지지율을 달성한 후보는 셋이 전부다.
민주당은 이들 후보를 향한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의 표심이 경합주에서 승리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제3지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양당 후보로 흡수될 수 있는 유권자인지는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다. 또 제3지대 후보가 양당 후보 표심을 흡수하고 있는지도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