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안재욱 결혼식 왜 안 왔어?”
9년 전 한 예능에서 가수 김흥국이 개그맨 조세호에게 날렸던 촌철살인 질문. 답변은 너무 유명해 익히들 알고 있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그러자 김흥국 한 술 더 떠 말한다. “왜 몰라! 같은 연예인 동료인데”
지난 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걸그룹 ‘시크릿’ 출신 송지은 결혼식에 같은 그룹 멤버였던 한선화가 불참했다. 누군가 한선화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 송지은 결혼식 왜 안 왔어?”
한선화는 해명 대신 지인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다. 송지은 결혼식 불참 질문이 쏟아지자 인스타그램 댓글창을 닫았다. 추측컨데 한선화는 이 말이 하고 싶지 않았을까. “안 친한데 어떻게 가요”
요즘 연예인들이 동료 결혼식 불참으로 인한 불화설에 휩싸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그맨 윤정수는 2022년 박수홍 결혼식에 불참해 ‘손절설’에 휩싸였다. 오래 전부터 박수홍과 각별한 사이로 유명했던 윤정수는 결혼식 불참 이유에 대해 “그날 촬영을 하고 있었다. 결혼식에 못 가니까 살림에 보태 쓰라고 축의금을 두둑이 보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에선 두 사람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돌았다.
배우 이서진도 지난해 4월 이승기 결혼식에 불참해 한동안 이름 앞에 ‘손절설’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승기와 이서진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두터운 관계를 보여줬던 바. 그러나 이서진은 이승기 측으로부터 결혼식 청첩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엔 이들 관계와 관련한 각종 루머가 양산됐다.
배우 공효진·정려원도 ‘절친’으로 알려진 손담비 결혼식에 불참해 한동안 ‘손절설’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손담비는 “터무니없는 말이 너무 많다. 전혀 사실이 아니니까 오해 없으시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들이 손절했다는 의심 정황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중은 연예인들의 동료 결혼식 참석 여부를 호시탐탐 지켜보며 즐긴다. 정은경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예인의 경우 대중의 선망 대상이므로 대중의 ‘훔쳐보기(peeping)’ 욕구를 자극한다”고 짚었다. “연예인은 대중의 ‘지인’이므로 연예인 결혼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인이나 친구 등의 결혼식에 관심을 갖는 것과 같은 심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은 연예인들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포장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연예인의 실체에 대해 궁금해 하고 사생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며 “동료 결혼식 참석 여부는 상당히 내밀한 ‘그들만의 일’인데 그걸 통해서 ‘그 연예인의 실제 인성을 짐작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혼식 불참 불화설을 예능 소재로 활용해 웃음으로 승화 시키는 연예인들도 있다.
방송인 장영란은 절친 개그맨 김영철이 자신의 결혼식에 불참했다며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다. “김영철 오빠랑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결혼하자마자 연락이 뚝 끊겼다. 결혼식 때 축의금이고 뭐고 아무 것도 못 받았다” 이에 당황한 김영철은 “결혼식을 왜 안 갔는지 생각해 보니까 내가 삐쳤던 거 같다. 사실 장영란을 좋아했다”고 때늦은 고백을 해 주위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SBS TV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시언과 남궁민은 서로의 결혼식에 불참해 불화설에 휩싸였던 바 있다. 이들은 최근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서 그 비화를 공개하며 오해를 풀었다. “내 결혼식에 연예인 친구들 다 안 불렀다”는 이시언은 남궁민 결혼식에 초대 받고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 간 게 아니고 못 갔다.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룹 ‘빅뱅’ 멤버 대성은 최근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절친 가수 거미의 결혼식에 초대 받지 못했다며 “‘내가 참 잘못 살았구나’ 생각했다”고 토로하기도. 이에 거미는 “조정석과 결혼식을 안 했다. 어떤 분을 초대해야 되고, 어떤 분을 안 해야 하는 지 그게 너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대성은 “나 손절 당한 줄 알았다”며 웃었다.
연예인들의 ‘불화설’은 결혼식 뿐 아니라 장례식에서도 자주 불거진다.
지난해 12월 배우 이선균 사망 당시 장례식장에 고인과 함께 작품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보이지 않자 몇몇 누리꾼들은 “○○○은 왜 안 왔냐?” “인정머리 없는 X” 등의 악플을 쏟아냈다.
전(前) 축구선수 박지성도 대표팀 생활을 같이 했던 선배 유상철의 장례식장에 방문하지 않아 ‘악플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악플러들은 박지성 아내인 전 SBS 아나운서 김민지까지 싸잡아 비난하기도. 박지성 측은 “영국 런던에 거주해 미처 조문하지 못했다”는 해명과 함께 악플러를 고소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스타들의 인성이나 실체를 동료 결혼식·장례식 참석 여부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혼식·장례식에 불참하는 게 연예인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설사 사이가 안 좋다 하더라도 그게 꼭 어느 한쪽이 나빠서 사이가 안 좋은 건지, 양측이 서로 성격이 안 맞기 때문에 점점 멀어진 건지 모르는 건데 그것을 ‘누구 인성이 어떻다’ 내지는 ‘두 사람 관계가 끝났다’ 이렇게 단정 지으면서 이야기 하는 것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 될 수가 있고, 당사자들한테 상당한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