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에서 철학과 인공지능(AI)에 대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쇼펜하우어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28일 예스24에 따르면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지난해 9월 출간 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노출로 주목받은 뒤 지금까지 12주 동안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쇼펜하우어 관련 서적 전체 판매량은 2023년에 전년 대비 14.5배, 지난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5배 폭증했다.
예스24는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전하는 삶의 고통에 대한 통찰이 현시대 독자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 울림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며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에 비해 비교적 어렵게 여겨지던 철학서들이 사회적 상황 및 미디어 노출 등 다양한 요인과 맞물려 인기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사례로 굴곡진 인생사와 병증에도 불구하고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개념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주도적으로 치열하게 살아 낼 것을 강조한 철학자 니체가 있다.
니체 관련 도서는 최근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 가운데 2020년에는 ‘BTS셀러’로, 2022년에는 ‘마흔에 읽는 니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특히 더 주목받은 바 있다. 출간 종수는 2020년에 42종, 2022년에 36종으로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었고 판매량도 각각 28.5%, 64.5% 늘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 AI 활용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세이노의 가르침’ 등 경제경영 분야 투자서가 인기를 주도했지만 최근 투자서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AI 실무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경제경영 분야 도서 제목에 ‘AI’ 또는 ‘GPT’ 키워드를 달고 나온 전망서나 시장분석 도서들의 판매량은 약 40배 상승했다. 컴퓨터 분야 AI 관련 도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3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48.2%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AI를 실무에 활용하려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량이 급상승한 도서를 살펴보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인공지능 제대로 일 시키기’, ‘Do it! 챗GPT&파이썬으로 AI 직원 만들기’, ‘된다! 하루 만에 끝내는 챗GPT 활용법’ 등 전문 분야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입문서 또는 실무에서의 활용 가이드가 주를 이뤘다.
신수진 교보문고 컴퓨터·IT MD는 “IT분야 도서는 전공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챗GPT 등장을 기점으로 판매 흐름이 바뀌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인력 수요가 높은 IT 업계로 비전공자들이 이직을 시도하면서 기본서에 대한 니즈뿐 아니라 진화한 기술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론적인 관심이 30대를 주축으로 시니어 세대까지 이들을 서점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